포스트 시즌 첫 패전 위기를 넘긴 류현진(31·LA 다저스)이 다음 등판 필승을 약속했다.
류현진은 13일 밀러파크에서 열린 2018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2차전에 선발등판해 4.1이닝 6안타(1홈런) 2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투구수 76개로 상황에 따라 5차전 구원 등판 가능성도 남겨뒀다. NLCS가 6차전까지 전개되면 밀러파크에서 한 번 더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컷 패스트볼의 로케이션이 조금 아쉬웠다. 지난 4일 애틀랜타와 내셔널 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1차전 등판 후 9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힘을 모으는 특유의 투구폼이 한 번씩 무너진 것을 제외하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공을 던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선발 투수의 최소 임무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완수하지 못한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못했다. 조금 더 준비해서 상대방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을 던져야겠다"고 말했다. 포심 패스트볼을 기준으로 컷 패스트볼과 커브로 카운트를 잡고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하는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커터와 체인지업은 커멘드가 완벽하지 않으면 타자들의 히팅포인트 앞에서 걸려 장타로 연결될 위험이 있는 구종 들이다. 가령 컷 패스트볼을 가운데에서 몸쪽, 몸쪽 보더라인에서 더 몸쪽, 바깥쪽에서 보더라인 바깥쪽 등의 로케이션을 갖는 것이 이상 적이다.
류현진이 5회 말 1사 후 홈런을 허용할 때에는 바깥쪽에서 가운데 낮은 곳으로 날아 들었다. 타자 입장에서는 바깥쪽 낮은 포심 패스트볼로 인식해 스윙을 했는데 히팅포인트 앞에서 중심에 걸린 셈이다. 우중간을 타깃으로 스윙을 했는데 포인트가 좋아 중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류현진도 "실투 몇 개가 정타로 연결됐다. 분석대로 (볼배합을)했다"고 말했다.
장타를 허용한 뒤 제구가 흔들린 점도 단기전에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홈런을 허용한 뒤 연속 2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홈런을 맞고난 뒤 실투가 나와 연속안타를 허용했다. (아웃카운트를)잡았어야 할 타자에게 안타를 두 개나 내 준 것도 (심리적으로) 흔들린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실점했다는 아쉬움에 더 강하게 혹은 더 정교하게 던지려고 의식하다보면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구위나 제구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쥐고 있기'가 사라지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키킹 이후 스트라이드로 하체가 이동하는 과정에 상체와 자연스럽게 분리가 되는데, 공을 쥔 왼 손이 릴리스포인트로 이동하기 직전에 움직임을 잠깐 멈추는 듯 한 동작이 류현진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쥐고 있기' 덕분에 투구 폼만으로도 타자의 타이밍을 미세하게 흔들 수 있다. 이날은 안정적인 상-하체 밸런스와 리듬이 들쑥 날쑥했다. 이날 경기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다.
'빅게임 피처'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류현진은 같은 실수를 좀처럼 되풀이하지 않는 기술과 정신을 겸비한 투수다. 그는 "팀이 역전승해 기분좋게 홈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흐름이 우리쪽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15일 3차전에서 워커 뷸러가 잘 던져주면 우리 선발진도 다시 힘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음 경기에서는)상대 타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 번의 진화를 다짐한 '코리언 몬스터'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