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외공관에 '한국 강제징용 판결 부당' 기고 지시

[뉴스분석]

고노 외무상 "수용 불가" 입장 발표, 국제적 압력 가속
LA총영사관 등 한국 재외공관들 예의주시 대응책 고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강력 반발을 계속한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외교 여론전에 나섰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각국 재외공관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도록 본격 지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주요국 일본 대사관은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에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발표한 담화문을 영어로 번역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따라 한국의 재외공관들도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이번 판결은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라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할 것을 강력 요구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견해를 확산시켜 판결 후 대응이 더딘 한국 정부에 국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노 외무상은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영사관 등 재외공관에 현지 미디어에 관련 내용을 적극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일본 대사 등이 현지 미디어에 기고하는 방식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산케이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 방문 때 유엔 대북제재 완화를 거론한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해 경계감과 위화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적절한 환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또다른 외무성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한·일 간 문제로 생각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올바른 이해를 얻으려면 지금 시점이 적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1억원씩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제 치하 강제징용 사실을 부정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완중 LA총영사는 "우리 정부는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도 이를 존중하길 바란다"며 " 한국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며 중대한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는 언행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제징용 사실 부정애 대해 "강제징용은 증거가 있는 역사적 사실이며, 이를 부인하는 것은 한일 관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