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가와역 앞서 448번째 '금요행동'…"거부시 한국내 영업활동 어려울 것"
내년 판결 예정 후지코시 앞서도 시위…"식민지배·침략전쟁 역사 직시해야"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한국 대법원 판결로 강제동원 원고가 참으로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30일 오전 8시 15분께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구 시나가와(品川)역 앞.

이곳에서는 전날 우리나라 대법원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대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환영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고야미쓰비시(名古屋三菱)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데라오 데루미(寺尾光身) 공동대표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시민단체 회원들은 확성기를 통해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부해 온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이번 대법원판결을 수용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인정된 금액을 지불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판결을 계기로 피해자들과 화해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영업활동에 대한 사회적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강제연행됐던 사실을 뒤집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한국 대법원판결을 수용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날은 4~5명의 회원이 이곳에 모여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 등 강제동원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화해의 길로 가는 데는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 대법원 정신대 소송, 원고에 미소, 미쓰비시중공업 패소'라는 제목의 전단을 나눠줬다.

출근길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바쁜 와중에서도 전단을 받아 읽는 등 시민단체 회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날 시민단체들의 전단 배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와 화해 촉구는 일본 언론으로부터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행사는 벌써 448회째다.

'나고야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과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일본인연락협의회' 등의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모임을 갖기 때문에 '금요행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2007년 7월 20일 첫 금요행동을 했다.

이후 한동안 중단했다가 2012년 다시 시작했다. 이날 금요행동은 재개 시점을 기준으로는 303회째다.

데라오 대표 등 회원들은 시나가와역에서 금요행동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로 이동, 전단을 배부하며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인근 시오도메(汐留)역 인근에 있는 후지코시(不二越) 본사가 입주한 건물로 몰려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이들 단체 이외에도 가나가와(神奈川)현 노조 단체 회원 등을 포함해 수십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내년 1월 열리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후지코시에 대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앞서 회사측에 대해 그동안의 판결을 고려해 피해자에게 신속히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회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일본 정부가 징용 피해자를 '구(舊)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바꿔 불러도 강제연행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의 역사를 직시하고 아시아에 평화로운 미래를 실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