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란조끼' 과격 시위로 파리 상징 개선문 훼손

[프랑스 ]

유류세 인상 반발 3차례 57만명 '노란조끼' 시위, 3주째 이어지며 폭력 치달아 국민 불만 고조

지지율 급락 마크롱 "환경오염 줄여야"설득
국민 81% "불통 대통령"…조기 총선 요구

"대화가 핵심인 민주주의 시대에 마크롱 대통령은 독백만 하고 있다."

아르노 베네데티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는 최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은 선출된 대통령 권력의 힘만 보고, 혁명 참여가 쉬워진 소셜네트워크 반란의 위력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이 촉발한 '노란 조끼'시위가 지난달 17일 시작된 이후 3주째 프랑스를 대혼란으로 몰아가는 것을 두고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한 것이다.

1차 시위 때 28만여 명에 달했던 시위 참가자 수는 2차(16만 명), 3차(13만 명)를 거치면서 줄고 있지만 시위의 폭력성은 더 짙어지면서 국민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 국민의 70%가 노란 조끼 시위는 계속돼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8일로 예고된 4차 시위에도 수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25∼32% 수준으로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저다. 지난달 27일 한 시간 동안의 생방송 연설을 통해 "유류세 인상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며 에너지 전환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대책 발표 직후 실시된 BFM TV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가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당장의 호주머니 사정이 급한 국민들의 불만을 키웠다. 조사기관 이포프(Ifop)의 지난달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에너지 전환 정책보다 구매력 확대가 더 시급하다고 답했다. 임금을 올리거나 세금을 낮춰 국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어 주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 66%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후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공감은 얻지 못하고 있다.
이포프의 공공여론 디렉터 제롬 푸르케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프랑스 국민들이 노란 조끼 운동의 근간"이라며 개혁의 강도나 방향성보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소통 부족이 더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

정부가 국민의 70∼80%가 지지하는 노란 조끼 시위의 배후에 극좌, 극우 폭력 세력이 있다고 부각시키는 점도 국민과의 소통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2일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68혁명 이후 이런 폭력적인 시위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위기는 공공질서 조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극좌, 극우 정당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