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사슴 수백 마리를 밀렵한 혐의로 복역 중인 수감자에게 법원이 정기적으로 아기사슴의 성장을 다룬 전통 애니메이션 영화 '밤비'(Bambi)를 꼭 시청하도록 명령했다.

미국 미주리주 법원은 29세의 밀렵꾼 데이비드 베리 Jr.에게 1년 동안의 수감 기간 이렇게 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미 NBC 방송이 18일 전했다.

베리는 이달 초 징역 1년 형을 선고받고 미주리주 로렌스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로버트 그린 판사는 그가 구치소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1942년 출시된 밤비를 정기적으로 반드시 봐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린 판사는 "베리는 오는 23일 이전부터 시작해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밤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밤비는 아기사슴 밤비의 출생부터 엄마를 여읜 후 숲속의 왕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만화 영화로, 여기에서 밤비의 엄마는 밀렵꾼에 사살되는 것으로 나온다.

당국에 따르면 그와 형제들, 그리고 아버지 등으로 구성된 밀렵팀은 최소 3년 사이 수백 마리의 사슴을 밀렵했다.

이들은 사냥 관련 법률과 시즌 이후 사냥 규제, 불법 무기 금지 규정, 사슴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하는 발광체 사용 금지 등 관련 규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했다.

차를 몰고 다니면서 주로 도로 주변에서 놀고 있는 사슴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밀렵 시 주로 사슴 머리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들판에 놔뒀다.

그들은 2016년 밀렵 혐의로 체포돼 수감됐다.

미주리주 역사상 최악의 밀렵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미주리주 야생동물보호과 랜디 도먼은 "이들은 사냥이 아니라 밀렵에 나섰다"며 "최소 지난 3년여 동안 수백 마리의 사슴을 불법으로 죽였다"고 말했다.

도먼은 "수감자가 법원으로부터 밤비 영화를 보도록 명령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베리 가족은 사슴을 죽이는 것에 탐닉해 있었다"며 "그들은 시민들의 자산인 자연을 탈취해 갔다"고 비난했다.

베리 가족과 또 다른 1명 밀렵꾼들은 사냥과 낚시, 덫 설치 면허를 모두 영구적으로 빼앗겼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모두 5만1천 달러(5천800만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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