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말 그대로 격동의 한 해였다. 지난해 말까지 악화 일로를 걷던 한반도 정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순간 급반전해 판문점에서 분단 65년 만에 처음 남북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가 사회 각계각층을 휩쓸었고, 기업 오너 일가의 비상식적 언행과 엽기적 '갑질'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이 세계의 시선을 한반도로 집중시켰다. 두 정상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 물꼬를 튼 뒤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 등을 담은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사회 뒤흔든 '미투'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한국내 미투 열풍은 서지현 검사가 1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 연극인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가해, 배우 오달수와 조재현, 김기덕 감독로, 상습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배우 조민기의 자살 등 문화계에 이어 유력 차기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공보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의혹 폭로로 정점을 찍었다.

■주 52시간 근무 시대 개막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시간 한도를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한국 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향한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영계의 유예요구 등 시행은 순탄치 않다.

■'판결 밀거래' 위기의 사법부
2018년은 사법부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 수뇌부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정권에 유리하게 판결을 왜곡하는 '밀거래'를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고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전직 대법관 최초로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을의 분노 폭발…'오너 갑질'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폭언과 '물컵 갑질'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씨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등 한진 일가의 다른 갑질까지 폭로하고 나섰다. 이후 사태는 한진 일가의 횡령과 배임, 밀수 의혹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또 한국내 웹하드 업계 대부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상습적인 폭행과 엽기행각이 드러나 사회를 들끓게 했다.

■전 세계를 달군 방탄소년단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를 K팝의 열기로 뜨겁게 달궜다. 방탄소년단은 9월 초부터 50여 일간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의 6개국 11개 도시에서 총 22차례 공연을 했다. 이를 통해 북미와 유럽에서만 총 32만 관객을 모았다. 투어 기간 미국 주류 미디어는 치열한 BTS 모시기 경쟁을 벌였다. 또 유럽 유력 매체들은 '21세기 비틀스이자 팝 센세이션'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명박 구속과 적폐 수사
2017년이 박근혜 정부 때의 적폐를 청산한 해였다면 2018년은 이명박 정부의 부정부패를 단죄한 한 해라고 할 만하다.
검찰 수사는 지난 10년 넘게 이어져 온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오랜 의문에서 시작됐다. 수사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등을 돌리고,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전직 임직원들이 입을 열면서 탄력이 붙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3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110억원대 삼성 뇌물수수 등 16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5개월가량 진행한 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사법적 판단과 함께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서울'미친 집값'세금 규제
올해 서울 주택시장은 '미친 집값'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았다. 1~11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말 대비 8.22% 올라 상승률이 지난해(4.69%)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평균 8억원을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역대급'으로 불리는 대출 규제로 1주택 이상 보유자 신규 대출을 차단하는 등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돈줄을 조였다.

■풀뿌리 권력 재편…민주당 압승
6·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며 보수진영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2006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당한 완패를 앙갚음하며 기록적으로 완승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대구, 경북지역에서만 승리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총 226곳 중 151곳에서 이겨 한국당 53곳을 압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 9~25일 17일 동안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원에서 성공리에 열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이후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린 두 번째 올림픽으로, 평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파하며 성공적으로 치러내 찬사를 받았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한때 위기감이 감돌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이후 연이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내는 산파 구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