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주한日무관 초치해 "회의종료시까지 보도유예 합의 위반"
전날엔 일본이 한국무관 불러 韓발표내용에 항의…소모전 양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일 양국이 이번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장성급 실무회의 논의와 관련한 발표 내용을 놓고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특히 양국은 서로 무관을 불러들여 강력히 항의하는 등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수 있는 물증 제시 없이 장기적인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17일 주한일본대사관 와타나베 다쓰야 무관(해상자위대 대령)을 국방부 청사로 불러 일본 측이 전날 주일한국대사관의 김성학 무관(해군준장)을 초치한 것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전날 우리 국방부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장성급 실무회의 결과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발표했다면서 김 준장을 불러 항의했다.

이에 국방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알림' 문자를 통해 "어제 일본 방위성이 우리 무관을 초치하여 우리 국방부 대변인의 (실무회의와 관련한 15일) 브리핑에 대해 항의한 것과 관련해 오늘 주한일본 무관을 초치하여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엄중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우리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 때 언급한 실무회의 내용은 정확한 사실임을 강조했다"며 "일본 매체가 양국간 회의 종료 전에는 보도하지 않기로 한 사전합의를 어기고 관련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서도 방위성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양국이 각각 무관을 불러 항의한 것은 싱가포르 실무회의 결과와 관련된 발표 때문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실무회의에서 "일본은 이번 사안의 스모킹건이라고 할 수 있는 (초계기가 맞았다는) 레이더의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은 일부 데이터만을 얘기하면서 우리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에 대한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해 조목조목 일본 측에 요구하고 또 질의했다"면서 "일본 측은 실제적으로는 위협 비행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승조원들이 위협을 느낄 만한 그런 분위기였다는 것을 얘기했고, (일본 측에서) 일부 수긍하는 부분이 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 방위성은 최 대변인의 발표 내용이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한국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특히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초계기는 위협을 주는 비행을 하지 않았으며, 협의에서도 전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명백하게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은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이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 해상에서 조난한 북한 선박 구조과정에서 자국 P-1 해상초계기를 향해 화기관제(사격통제)레이더(STIR)를 조사(照射·비춤)했다고 허위 주장을 펼치는 데 이어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16일(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과 회담하며 한일간 '레이더 갈등'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5일 밤 위성방송 BS닛테레의 프로그램에서 "그런 일(한국 해군 구축함의 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이 있었던 것은 사실임이 틀림없다"면서 "미국과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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