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네덜란드 교회, 추방 위기 아르메니아 가족 보호 위해 96일간 연속 예배
'예배 중 경찰 진입 금지'법 덕에 마침내 망명 허가,"감동적인 교회 승리"
타 국가 성직자 등 1천여명 한마음 기도, 비슷한 처지 700여 가족도 구제
배타주의 심화, 영향력 쇠락한 유럽 교계에 새로운'교회의 역할' 재조명

이런 것을 두고 '교회의 승리'라고 해야할까.

망명 희망 가족의 추방을 막으려고 최장기 연속 예배 기록을 세워온 네덜란드 교회의 '하루 24시간 마라톤 예배'가 96일 만에 막을 내렸다. 결과는 승리였다.

CNN에 따르면 교회의 보호를 받아온 아르메니아 출신 타마라얀 가족은 교회 신도들이 무려 2327시간 동안 예배를 드린 덕에 지난달 29일,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망명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네덜란드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으나 거절 당한후 지난해 10월 26일부터 헤이그 베델교회에 피신중이었다. 교회는 이들 가족이 당국에 체포돼 추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96일 동안 쉬지않고 예배를 드렸다. 네덜란드법으로 예배 중에는 교회 안으로 경찰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베델교회 측은 "2018년 10월26일 이후 계속된 예배가 지난 1월 30일 끝났다. 지난 주 체결 된 정부의 정치적 합의는 타마라얀 가족들의 네덜란드에서의 안전한 미래를 허용했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타마라얀 가족 중 딸인 하야르피는 "네덜란드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왜냐하면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라며 추방되지 않게된 것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교회가 예배를 중단한 것은 전날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에서 성장한 어린이들이 있는 700여 가족에 대한 추방 절차를 중단하고 재심사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가족중 하나인 타마라얀 가족 5명도 재심사 대상에 포함돼 추방을 면하게 된 것이다.

타마라얀 가족은 지난 2010년 아르메니아를 떠나 네덜란드에 정착했다. 이들은 두 번의 추방 시도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세 번째 추방 명령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교회로 피신했다. 타마라얀 가족의 아버지는 "야당 활동 때문에 모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라며 교회측에 보호를 호소했다. 이에 베델 교회는 타마라얀 가족을 지키기위해 곧바로 교인들을 나눠 망명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정부에 추방 철회를 요구해왔다. 중세 이래로 남아 있는 네덜란드 법률 조항은 예배 중에는 경찰이 교회에 들어가 수색하거나 체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같은 마라톤 예배는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 성직자들은 물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목회자 등 1000여명이 동참했다.

이와함께 이들 가족의 추방에 반대하는 서명에 25만명이 이름을 올려 정부를 압박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동안 추방령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지만 마침내 반대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이들 가족에 대한 추방 반대 운동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주자들도 구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반난민과 민족주의 물결이 높아진 유럽에서 이에 맞서는 시민적 노력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그동안 영향력이 쇠퇴할대로 쇠퇴해진 교회의 역할 또한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릴레이 예배를 이끈 목회자 중 한 명인 데르크 스테헤만 목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교회가 약한 사람들 편에 서고 사회에 긍정 영향을 주는 새 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