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앞 상인 "하루 40개까지 팔려"…관중석 곳곳에선 태극기 '펄럭'

"12월부터 팔고 있다."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지하철을 타고 북서쪽으로 약 25분 정도 가면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이 나온다. 최근 웸블리는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을 부르는 함성이 가득하다. 토트넘이 지난 1899년부터 홈 경기장으로 활용했던 화이트하트레인을 철거, 같은 곳에 새 경기장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19시즌 토트넘의 임시 보금자리가 바로 웸블리다. 그 곳에서 손흥민은 지난 11월 23일 첼시전부터 프리미어리그 13경기 11골을 터트리고 있다. 그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큰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손흥민 활약상을 보기 위해서 런던에 거주하는 수 많은 한국 교민과 유학생, 그리고 런던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태극기나 손흥민 관련 상품을 들고 웸블리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 9일 레스터 시티전에선 관중석 곳곳에 태극기가 내걸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넣은 뒤 태극기를 든 관중 앞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쳐 감동을 줬다.

손흥민은 흥행에서도 톱클래스다.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 있는 지하철 웸블리 파크역 계단을 내려오면 매 경기를 기념하는 매치데이 스카프와 함께 '손흥민 스카프'를 파는 상인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피터 스미스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손흥민 스카프'를 비롯 여러 스카프를 주렁주렁 들고 있는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손흥민이 맹활약을 펼친 지난 12월부터 그의 얼굴이 새겨진 스카프가 등장했다. 스미스 씨는 "시즌 초엔 델레 알리 스카프를 팔았고, 이후엔 해리 케인 스카프로 팔았다. 지금은 케인이 다쳐 팔지 않는다"며 "이번 겨울부터 손흥민 스카프가 나와 팔고 있다. 12월부터다"고 밝혔다. 그의 이름인 'HEUNG-MIN-SON(흥-민-손)'과 태극기, 그리고 음각이 드러난 그의 얼굴이 멋있게 새겨진 스카프는 한국인 손흥민이 축구종가이자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인물인가가 잘 드러났다.

'손흥민 스카프'는 나름대로 팔리는 모양이다. 스미스 씨에게 "잘 팔리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날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40개가 팔린다"며 "평균적으론 15개 정도인 것 같다. (킥오프 한 시간을 앞둔 레스터전)오늘은 4개를 팔았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웸블리 앞에 여러 상인이 손흥민 관련 상품 파는 것을 감안하면, 구매층이 꽤 있다는 얘기다. 주 구매자는 역시 한국인들이다. 런던에 오면 손흥민 경기를 보는 게 한국인들의 자연스러운 루트가 되고 있다. 스미스 씨는 "한국인들이 많이 사지만 지금은 영국인들도 종종 구매한다"고 밝혔다.

토트넘 메가스토어엔 요즘 들어 그의 등번호인 7번 위에 영문 이름 'SON'이 아닌 한글 이름 '손흥민'이 등장하고 있다. 손흥민의 골러시는 단순한 득점쌓기가 아니라 토트넘의 흥행으로도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젠 '손흥민 스카프'도 나타났다. 그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웸블리 주변 태극기와 손흥민 스카프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런던(영국) | 이동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