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20대 장애 여성 화제…"나도 왕따 피해자"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네덜란드 20대 여성이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 '왕따' 피해자들이 쓴 편지를 카드에 담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왕따 방지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고 네덜란드 언론이 보도했다.

15일 현지 방송 RTL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20세인 카야 반 덴 디켄베르는 지난 14일 위트레흐트의 중앙역에서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나 빨강과 은색 하트가 그려진 흰색 봉투로 된 카드 안에는 밸런타인데이에 흔히 주고받는 알콩달콩한 사랑 얘기 대신에 왕따 피해를 봤거나 지금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쓴 편지가 담겨 있었다.

류머티즘을 앓아 전동 스쿠터에 의지해 이동해야 하는 장애를 가진 카야는 자신도 왕따 피해자로, 밸런타인데이에 왕따 문제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결심했다는 것.

카야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편지에서) 그들(왕따 피해자들)은 그들에게 붙은 별명, 그들이 느낀 외로움, 그 뒤에 남겨진 모욕감과 상처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그들을 보지 않지만, 그들은 거기에 있다. 나도 학창시절부터 죽 왕따 피해를 봐왔고, 지금도 때때로 역겨운 말들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이 가장 심했다"면서 "그들은 집에까지 나를 쫓아왔고, 거리에서 매일 나에게 소리쳤다. 나는 더는 밖에 나갈 수가 없었고, 떨면서 집안에 앉아 있었다. 나는 무서웠고 끔찍한 일까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한 재단에 합류하게 됐고 그것을 계기로 왕따 피해 방지 '전도사'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왕따 피해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이해시키려고 했다"면서 "왕따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얘기를 보내주면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왕따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400통의 편지를 받아 이를 지난 14일 위트레흐트 중앙역에서 배포했다.

카야는 "(카드를 받은) 사람들은 달콤한 편지와 같은 것을 예상했을 것이지만 그 안에는 자살을 생각했던 순간에 대한 왕따 피해자들의 사연 등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쁜 것(자살)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 나를 울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카야의 밸런타인데이 편지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편지를 읽은 어떤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어떤 사람들은 왕따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기도 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카야는 전했다.

카야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행동을 통해 왕따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왕따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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