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직 내놓고 아이 돌봐라"…신부 자녀 지원 사이트 가입자 5만명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아일랜드에 사는 심리치료사 빈센트 도일은 28살 때 어머니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도일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사실은 그동안 대부(代父)로 알고 있었던 가톨릭 신부라고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도일에게 자신처럼 내면적 고통을 겪는 신부의 자녀들을 돕기 위한 국제적 지원단체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도일은 주교들에게 이 아이들을 인정하도록 역설해왔고, 마침내 2017년 10월 한 대주교로부터는 아빠가 된 신부들에 관한 교황청 지침서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도일 사례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도일은 대주교에 사본을 요청했지만 "비밀"이라는 말로 거부당했다. 이때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내부적으로 "성직자의 아이들"로 불린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놀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의 신부들을 감독하는 교황청 담당 부서가 독신 서약을 어기고 자녀를 갖게 된 성직자 문제를 처리하는 지침의 존재를 사실상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도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교황청의 알레산드로 지소티 대변인도 관련 지침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그것은 내부 문서"라고 NYT에 말했다.

신부에게 자녀를 갖는 것은 신부와 신도 혹은 수녀 사이에 관계에서부터 신부의 아동 학대, 또는 수녀에 대한 성폭력 등에서 비롯된다.

이런 아이들 숫자가 얼마인지 추정치는 없지만, 현재 도일이 운영하는 지원단체 '코핑 인터내셔널'(Coping International)의 웹사이트는 175개 나라에 걸쳐 이용자만 5만명이다. 지소티 대변인은 한 대주교가 도일에게 공개한 2017년 문서는 약 10년의 작업을 거쳐 종합한 것이라며 기본 원칙은 "아이들 보호"라고 설명했다.

지소티 대변인은 또 이 지침은 신부가 아이를 갖게 되면 부모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책임을 맡도록 사제직을 떠나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교황청 관리는 요청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라고 밝혔는데, 40만명 이상의 신부를 감독하는 성직자성(Congregation for the Clergy) 고위 관계자는 신부에 대한 면직은 불가능하고 단지 신부가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부가 성직의 의무를 내려놓겠다는 요청을 하지 않으면 교화가 나설 이유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당신이 요청하지 않으면 당신은 면직될 것'이라는 뜻을 전한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주교들의 경우 2017년 자체 지침을 만들어 공개했는데, 이때의 원칙은 신부에게 성직을 떠나도록 명백하게 요청하지는 않고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신부는 개인적 및 법적, 도덕적, 생계 상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교회법 학자들은 교회법에 자녀를 갖게 됐다는 이유로 사제직을 떠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공저를 통해 한순간의 욕정으로 독신 서약을 위반한 신부는 어쩌면 계속 머물 수는 있지만, 아이를 가지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도일은 사제직에서 쫓아내는 것만을 항상 아이의 최선의 이익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때로는 어쩌면 한 가족의 생계를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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