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사·항공청, "사고 11일 전 결함 알고도 뭉개"
국토부·검찰, 737 맥스 기종 승인과정 조사 착수

5개월새 잇달아 추락하며 346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보잉사의 '보잉 737 맥스 8' 기종 항공기 사고가 17일 게이트로 번지는 모습이다.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11일 전에 엔지니어들이 보잉과 미 연방항공청(FAA)에 항공기 소프트웨어 결함과 관련한 문의를 했지만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미 당국이 FAA의 보잉 737 맥스 승인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미 교통부가 최근 2건의 치명적인 추락사고를 낸 항공기 '737 맥스' 기종 승인에서 FAA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교통부의 조사는 작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항공기가 추락한 뒤부터 시작됐다.

WSJ은 교통부가 특히 보잉사가 도입한 실속방지시스템 MCAS에 대한 승인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라이온에어와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는 유사한 사고 정황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보잉사가 새로 도입한 실속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이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D.C. 연방 대배심은 지난 11일자로 737 맥스의 개발에 관여한 사람 중 최소 한 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아울러 항공기 승인과 관련한 서신, 이메일, 기타 메시지 등도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에티오피아 여객기에서 발견된 블랙박스가 작년 10월 인도네시아 사고와 유사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후 뉴욕타임스(NYT)는 "에피오피아 사고기의 비행 경로와 추락 후 수습된 잔해에서 발견된 자료는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 소프트웨어와의 관련성에 힘을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애틀타임스는 FAA의 전·현직 엔지니어들을 인용, FAA가 737 맥스 기종 안전성을 평가할 때 '보잉사에 평가를 위임하라'며 엔지니어들을 압박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보잉은 737 맥스 인증과 경쟁 업체인 에어버스 따라잡기에 바빴고, 이에 FAA 관리자들은 기관 안전 담당 엔지니어들에게 안전평가를 보잉사에 위임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게 승인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잉이 맥스 기종 승인을 위해 FAA에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는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항공기 실속을 막기 위해 수평꼬리를 회전시켜 기수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MCAS의 힘을 과소평가했고, 조종사가 기수가 낮아진 상황에서 대응할 때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할지 설명하지 않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충격을 놓쳤다. 또 시스템 고장을 '재앙적'보다 한단계 낮은 '위험' 상황으로 평가한 것 등이다.

시애틀타임스는 보잉과 FAA는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11일 전에 이러한 737 맥스의 결함을 보고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러한 결함에 대한 대응은 없었다. 일부 외신들은 일련의 보잉사 추락 사고는 FAA와 보잉 간 유착 관계로 졸속 승인을 내주면서 발생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보잉은 여전히 두 추락사고간 연관성을 부인하며 737 맥스 기종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