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16억 낙찰…사상 최고가

[해외토픽]

벨기에 도축업자 취미로 키워 '떼돈'
5살짜리 경주용…이전 5억 기록경신

중국에서 비둘기 마니아층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벨기에의 한 경주용 비둘기가 16억원에 낙찰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19일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의 은퇴한 도축업자 조엘 베르슈트(63)씨가 키운 경주용 비둘기 '아르만도'(사진)가 지난 17일 온라인 경매에서 125만2000 유로(약 16억원)에 낙찰됐다. 베르슈트씨는 "아르만도가 챔피언이긴 하지만 이렇게 비싸게 팔릴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낙찰은 비둘기 경주 역사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주 동안 진행된 경매에서 'XDDPO'와 '챔피언 팀'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입찰자 2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가격을 천정부지로 높였다. 베르슈트씨는 "두 명의 중국인이 경매 전부터 아르만도를 반드시 사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는데 낙찰가가 이렇게 높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경주용 비둘기 경매에서 최고가는 2017년 40만 유로(약 5억1천만원)에 낙찰된 '나딘'이었다. 이 비둘기도 베르슈트씨가 키웠으며 낙찰을 받은 사람은 중국 부동산 재벌 싱웨이였다. 베르슈트씨는 500마리의 경주용 비둘기를 취미로 키워왔다. 자신이 키운 비둘기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는 그는 비둘기들과 하루 12시간씩 보낸다고 했다.

그는 "아르만도 덕분에 평생 도축업으로 번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올해 5살로 뛰어난 방향감각과 강한 날개 힘을 가진 아르만도는 비둘기 세계의 '루이스 해밀턴'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루이스 해밀턴은 포뮬러 원(F1) 챔피언 타이틀을 수차례 차지한 레이서이다.

비둘기는 제집을 찾아오는 본능을 이용해 통신이나 군사목적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경주용으로 활용된다. 중국은 유명 비둘기 경주대회 상금이 1억원을 넘는 등 비둘기 경주대회가 인기를 끌면서 비둘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