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미 협상 결렬 후 김 위원장 방러 가능성 한층 커져
최근 북러 고위인사 접촉 빈번해져…美에 러·中과의 공조 과시 의도

(모스크바·베이징=연합뉴스) 유철종 심재훈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와 중국 베이징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의전 책임자인 김 부장이 베이징을 거쳐 지난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여전히 모스크바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은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과 김 위원장의 방러 의전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 격인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대외 방문 의전 책임자로 그의 모스크바 방문은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장의 모스크바 방문은 지난달 베트남 북미 협상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북한은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이 내세운 요구 조건 수용을 거부한 미국 측을 압박하기 위해 우방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유대 관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한 중국에 이어 조만간 러시아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최근 들어 북러 고위 인사 접촉이 한층 긴밀해진 것도 주목을 받았다.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지난 14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했다.

이에 앞서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도 6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과 러-북 경제협력위원회 제9차 회의를 열었다.

그 전엔 한만혁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모스크바를 찾아 지난 5일 김일성 주석의 첫 소련 공식 방문 및 '북러 경제·문화 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러시아 인사들과 만났다.

김형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19일 지재룡 중국 대사, 김성 유엔 대표부 대사 등과 함께 평양으로 귀국한 것도 주목된다.

김 대사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측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문제를 양국 외교채널을 통해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이 같은 해 9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별도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의 방러는 그러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가 실제로 성사된다면 베트남 북미 협상에서 일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를 제안한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에 러·중과의 공조 과시를 통해 압박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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