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한국선]

집 산 신혼부부 비율 조사이후 가장 많고, 절반은 대출없이 구매
월세로 시작하는 부부도 역대 최고… "신접살림도 빈익빈부익부"

한국에서 결혼하면 전세부터 시작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우리가 소유한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부부의 비율이 30%를 넘어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1일 발표한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 결혼한 부부 중 34.9%가 자가(自家)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연구원은 2014~2018에 결혼한 여성 1540명, 2009~2013년 결혼한 여성 2387명 등 세대별로 1만630명을 조사했다.

2014년 이후 결혼한 부부 50.2%는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49.8%는 대출 없이도 집을 샀다. 반면 월세로 시작하는 부부 비율도 16%를 넘어 역대 최고였다. 대표적인 신혼집 마련 방법인 전세는 줄어들고 '내 집'과 '월세'가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집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결혼을 많이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부모 세대(1998년 이전 결혼)는 전세(56.4%)로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내 집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부부는 10쌍 중 1쌍(13.8%)에 그쳤다. 2008년까지는 전세 비중이 자가(自家)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14년 이후 결혼한 부부들은 달랐다. 자가(34.9%)와 전세(36.7%) 비율이 비슷해졌다. 1억~2억원 미만 주택을 산 경우가 45%로 가장 많았고, 2억~5억원 미만이 40.4%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연구위원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안착이 된 상태에서 결혼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의 경제력으로 집을 얻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며 "역으로 말하면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결혼을 못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월세로 시작 부부 비율도 역대 최고

2014년 이후 결혼한 부부의 경우 월세(보증부 월세·사글세 포함)로 시작한 경우가 16.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전 같았으면 전셋집 얻어 결혼했을 중간 정도의 경제력인 사람은 결혼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결혼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혼집 마련은 남자가?…NO!
미혼남녀 10명 중 7명'동의 안해', 높아진 주거비 때문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적 생각에 미혼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44세 미혼남녀 2천464명을 상대로 '신혼집을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에 관해 물어보니, 미혼남성 70.2%가 별로 찬성하지 않거나 전혀 찬성하지 않는 등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미혼여성도 72.3%가 동의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남성은 3.8%, 여성은 4.3%에 그쳐, 주택 마련을 남성의 책임으로만 보는 시각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주거 부담으로 어느 한쪽이 신혼집 마련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게 더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진 때문"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