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잘못 후회하면서 '오직 야구에만 집중'…연말 프리미어리그 출전 꿈꿔

태극마크를 단 강정호(32·피츠버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정호가 시련을 딛고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재기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내야수로 유일하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그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목표는 올해 말 열리는 프리미어12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KBO(한국프로야구) 야수로 2015년 빅리그에 데뷔해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수비 도중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극복했고 2016년에는 21홈런(62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로서의 재능을 한껏 꽃피웠다. 그러나 이후 불미스런 일에 잇따라 휘말렸다. 음주운전 뺑소니가 결정타였다. 2017시즌을 앞두고 취업비자를 받지 못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 참가하는 등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인 강정호는 2018년 힘겹게 미국 땅을 밟았다. 강정호는 "지금도 후회하고 앞으로도 후회할 일이다. 평생 후회하며 살 듯 하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후로 술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구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지만 자신의 과오는 늘 신경쓰이기 마련이다. 강정호는 "한 번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 내 잘못 역시 지울 수 없다. 야구만 잘해서 될 일도 아니다. 힘이 되는 한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강원도 산불 화재 피해 지역을 위해 수천만원을 기부했다. 법정 재난·재해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3000만 원을 기부했고 소방관의 복리 증진과 권익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민간 비영리단체인 한국소방복지재단에 1000만 원을 기탁했다. 강정호는 "미국에서 그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피해를 입은 분들, 그리고 고생한 소방관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5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여러 단체에 거액을 기부해왔다. 미국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국내에서 훈련 중일 때도 유소년과 독립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용품지원도 했다.
힘겹게 다시 밟은 메이저리그 무대지만 강정호는 2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16경기에서 7홈런, 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13을 기록했다. 주전 3루수 자리를 확보한 가운데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10일 현재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33, 1홈런, 4타점에 그치고 있다. 강정호는 "이제 10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부진을 얘기하긴 이른 시점이다. 날씨가 아직 추워서 확실히 방망이가 끝까지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다. 따뜻해지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시범경기가 열린 플로리다 등에 비해 피츠버그와 시카고 등은 4월에도 여전히 쌀쌀하다.
이역만리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를 지탱하는 힘은 책임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그리고 아시아 선수 가운데 주전 내야수는 강정호가 유일하다. 강정호는 "아시아 내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꼭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은 배경이기도 하다"면서 "한국에서 뛸 때 체중이 80㎏대였는데 미국에 온 뒤 90㎏대로 늘렸다. 홈런, 장타를 많이 치기 위해 일부러 먹고 운동하며 살을 찌웠다. 지금은 한끼를 먹지 않아도 3파운드가 빠진다. 일부러 먹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도태된다. 항상 긴장하고 야구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정호에게는 올 시즌 꼭 재기하고 싶은 이유가 또 있다. 태극마크다. 강정호는 "프리미어12에 뛰고 싶다. 올해 다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2개 땄다. 국가대표로 뛸 때 항상 가슴이 뛴다. 조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너무 뿌듯했다"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는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다. 큰 무대에서 뛰며 더 성장했는데 국가대표로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강정호가 국가대표로 다시 뛰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음주운전 관련 징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강정호는 어떤 징계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시카고|이웅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