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가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타이거 우즈(44)가 '명인열전'으로 유명한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역전 우승 드라마를 썼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즈가 역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는 14일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3회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상금은 207만 달러.
우즈가 마스터스를 제패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다섯 번째이고, 잭 니클러스의 마스터스 최다 우승(6회)에 1승 차로 다가섰다. 이날 우승으로 통산 81승을 따내 샘 스니드가 갖고 있는 PGA투어 개인 최다 우승 82회에도 1승 차로 따라 붙었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대회 15승째도 수확했다. 니클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18승)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드라마 같은 우승이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까지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 차 뒤진 공동 2위였다. 몰리나리는 4라운드에서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의 빗장수비처럼 견고한 샷을 했다. 결코 무리하는 법 없이 모든 홀에서 파 세이브를 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7번 홀(파4)에서 보기 하나를 적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우즈는 전반에 버디 3개를 낚으면서도 보기 3개를 범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따낸 14승 중 역전승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발목을 잡는 듯했다.
승부는 '아멘 코스'로 접어든 12번 홀(파3)에서 기울기 시작했다. 몰리나리의 티샷이 개울을 가는 듯 했으나 그린 옆 경사면에 맞고 개울 속으로 떨어졌다. 3타째인 어프로치 샷을 잘 붙이긴 했지만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탓인지 보기 퍼트마저 미스, 더블보기를 범하며 단독선두에서 내려왔다.
그런 기회를 놓칠 우즈가 아니었다. 공동 선두로 15번 홀(파5) 티잉 그라운드에 오른 우즈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가볍게 떨어뜨렸다. 반면, 몰리나리는 티샷이 살짝 밀려 페어웨이 우측으로 벗어나 정상적인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즈는 227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볼을 그린에 올린 뒤 '안전'하게 버디를 잡아냈다. 몰리나리의 세 번째 샷이 또 물에 빠져 승부가 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세가 오른 우즈는 16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밀린 데다 두 번째 샷이 나무가지에 맞아 그린을 놓쳤음에도 이미 2위와 2타나 앞선 상황이어서 아무도 그의 우승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비록 보기 퍼팅이었지만 챔피언 퍼팅을 끝낸 우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팔을 지켜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캐디 조 라카바와 격한 허그를 나눈 우즈는 22년 전 첫 우승 때처럼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쿨디다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딸 샘, 아들 찰리도 할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 우즈에게 안겼다.
우승상금 207만 달러를 추가한 그는 마스터스에서만 총 950만 달러를 벌어 필 미켈슨을 제치고 마스터스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섰다. 생애 통산 상금도 1억 1791만 달러로 1위를 유지했다. 또 마스터스 역대 7번째로 40대에 우승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43세 3개월 13일인 우즈는 니클러스가 1986년 기록한 46세 2개월 23일의 최고령 우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챔피언으로 남았다.
한편 코리안 브라더스 중에서는 김시우(23)가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5언더파 283타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7년 컷 탈락의 아픔을 시작으로 지난해 공동 24위에 올랐던 데 이어 개인 최고 성적이다. 케빈 나(26)는 마지막 날 후반 파5홀에서 이글과 더블보기 등을 기록하며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이븐파 288타로 공동 46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