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자켓 다시 입은 타이거 우즈
섹스 스캔들 벗어나니 부상 복병→약물 중독자 꼬리표까지

"마지막 퍼트를 넣었을 때 제가 무엇을 했는지 몰랐지만 아무튼 저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입어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그린 재킷을 다시 걸린 타이거 우즈는 우승을 확정한 뒤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우즈는 "종일 코스를 도는 것에만 전념하려고 애썼다"며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서는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는 몰랐고,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고 짜릿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16번 홀(파3) 버디로 2타 차 선두가 되고 난 이후 TV 중계 카메라에 잡힌 우즈의 표정은 미소를 띠는 것도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즈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이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에는 마스터스에 다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었다"며 "그 전 시즌의 챔피언스 디너 때는 걷기도 힘들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봤다.
US오픈에서 우승한 2008년 이후인 2009년부터 '우즈의 악몽'이 시작됐다. 그해 11월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변태 성욕자로 몰리며 2004년 결혼해 딸과 아들을 낳은 엘린 노르데그렌과 2010년 이혼해야 했다.
2010년 마스터스를 통해 필드에 복귀한 우즈는 공동 4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섹스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부상이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2014년 초 허리 수술로 인해 그해 마스터스에 불참했다. 허리 수술은 이후 2015년과 2016년, 2017년 등 총 네 번이나 받아야 했다.
2015년 마스터스 공동 17위 이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에 모두 컷 탈락한 뒤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선수로서 활동을 중단했던 2016년과 2017년은 우즈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간이다. 2017년에는 자신의 차에서 잠들어 있다가 경찰에 체포돼기도 했다.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약물 중독자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섹스와 약물 스캔들, 부상 등 갖은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다시 마스터스 정상에 우뚝 선 우즈는 "최근 몇 년간 마스터스에도 나오지 못할 정도였는데 1997년 첫 우승 이후 22년이 지난 올해 다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작년 PGA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 2013년 8월 이후 5년 만에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고, 디 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며 재기 가능성을 밝혔던 우즈는 이번 대회 개막 이전에 미국골프기자협회(GWAA)가 주는 '벤 호건 어워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