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피해여성 정식 조사…과거사위 재수사 권고는 아직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단이 이번 주 김 전 차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피해 여성 A씨를 소환 조사한다.

의혹 규명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 씨의 구속이 불발한 상황에서 수사단은 뇌물 의혹에 관한 보강수사를 하는 동시에 성범죄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번 주부터 시작해 피해여성 A씨를 세 차례가량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조율을 마쳤다.

A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발단이 된 '별장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혀온 인물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김 전 차관과 윤중천 씨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2008년 1∼2월께 원주 별장과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억지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 당했다며 2014년 검찰에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수사 때 "윤중천이 역삼동 오피스텔에 들어가 김학의를 모시라고 지시했고, 이후 오피스텔에 김학의가 매주 2∼3차례 찾아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고, 촬영 시기가 번복되는 등 피해자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 측은 성범죄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진술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제대로 이뤄지다가 검찰에서 뒤집힌 정황이 있다며 이 역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 조사에 앞서 수사단은 경찰청 압수수색을 통해 동영상, 캡처 사진 등 성범죄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동영상 속 인물들을 식별해내는 작업과 동시에 김 전 차관의 관용차 운행 기록 등을 확보해 역삼동 오피스텔 출입 여부 등 동선을 살피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넘긴 김 전 차관이 왜 검찰에서 2013·2014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지는 이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의혹이다.

그러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뇌물수수·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수사 외압 의혹과 달리 성범죄 의혹 재수사 권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과거사위는 '김학의 사건'을 정식으로 진상 조사 대상에 포함한 지 1년째 되는 날(4월 23일)을 하루 앞둔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도 성범죄 재수사 권고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이미 검찰이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했고, 법원도 재정신청을 기각해 재수사를 권고하려면 충분한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씨 외의 다른 피해 여성들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수사단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경찰 수사 방해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대통령기록관과 경찰청 정보국·수사국 압수수색을 이날도 이어갔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15일, 경찰청은 18일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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