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구직자, 첫 월급 탄 뒤 "돈 갚겠다"며 경찰서 방문·감사편지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삼각김밥을 훔쳐 검거된 취업준비생이 자신에게 2만원을 건네며 타이른 경찰관에게 돈을 갚겠다며 첫 월급을 타자마자 찾아온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2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훔친 혐의로 A(28)씨가 신고됐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씨는 닷새 전에도 이 편의점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를 훔친 사실까지 드러나, 절도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당시 취업 면접을 준비 중이던 A씨는 "생활고로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를 하지 못해 배고파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A씨가 훔친 조각 케이크와 삼각김밥의 가격을 합하면 4천500원이었다.

강력2팀 이승동(37) 경사는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조사를 마친 뒤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A씨에게 건넸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이달 17일 A씨가 갑자기 경찰서에 찾아왔다.

그사이 구직을 해 첫 월급을 타게 된 A씨가 이 경사에게 돈을 갚겠다며 음료수까지 사들고 나타난 것이다.

아쉽게도 이 경사는 외근 활동으로 밖에 나가 있었고, 이 경사는 전화 통화를 통해 '마음만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A씨를 돌려보냈다.

이러한 내용은 집으로 돌아간 A씨가 경찰서 누리집에 편지 형태로 적어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A씨는 글에서 "담당 형사님께서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는 안 된다'는 깊은 뉘우침을 느끼게 해줬다"며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거라며 2만원을 주셨고, 그 돈을 꼭 갚기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했다"고 썼다.

이에 이 경사는 "별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고마움을 전달받으니 쑥스럽기도 하고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사건 관계자들의 마음을 살피는 경찰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찰은 절도 혐의로 A씨를 입건했으나, 편의점 업주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선처를 해달라는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