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도 손흥민(27·토트넘)의 활약을 자랑스러워 한다.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에서 3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를 밟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2011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앞서 유럽 무대를 경험했던 선배들이 손흥민을 뿌듯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은 스페인 레알소시에다드 소속으로 2003~04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출전했다. 맘스터치가 후원하는 군데스리가 프로젝트를 앞두고 만난 이 실장은 "사실 나는 당시 챔피언스리그가 그렇게 대단한 대회인지 잘 몰랐다. 그때도 큰 대회였지만 지금은 대회 규모가 더 커졌다. 그런 무대에서 흥민이가 자신의 능력으로 팀을 4강에 올려놨다. 지성이형도 대단했지만 흥민이 역시 자랑스럽고,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또 다른 한국 선수 송종국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송종국은 2002~03시즌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맹활약했다. 그는 "당시 페예노르트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만 치렀는데 모든 분위기가 리그와 달랐던 기억이 난다. 선수들은 더 특별하게 준비했고 관중들도 더 열심히 응원했다. 차원이 다른 무대에서 흥민이가 멋진 결과를 만들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페예노르트는 토트넘이 4강에서 만나는 아약스와 라이벌 관계다. 송종국은 "아약스는 옛날부터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내가 뛸 때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하파엘 판데르바르트,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 지금도 보면 그때 못지 않다. 특히 원정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토트넘에게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지만 흥민이가 아약스를 넘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도 손흥민에게 힘을 실었다. 2005~06시즌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 8강서 세비야를 상대로 골을 넣었던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나는 유로파리그 8강에서 골을 넣었는데도 정말 좋았다. 사람들의 많은 축하도 받았다. 흥민이는 더 권위가 있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최고의 팀을 무너뜨렸다.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되는 훌륭한 업적"이라고 칭찬했다.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2001년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득점했던 설기현 전 성균관대 감독도 "챔피언스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팀 코치로도 함께한 적이 있지만 흥민이는 발전하고 있다.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더 잘할 선수다.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선배인 조원희 JTBC 해설위원도 손흥민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조 위원은 2009년 위건에 입단해 잉글랜드 축구를 경험했다. 그는 "우리가 막연하게 흥민이의 활약을 대단하다고 평가하지만 그 뒤에는 엄청나게 힘든 과정이 있다. 훈련에서의 치열함, 선수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 같은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사소한 위기들을 만나게 된다. 나도 유럽에서 뛰며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흥민이는 그런 것들을 모두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은 없지만 이 선수가 더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