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동교회의 특별한'거꾸로 헌금'화제…헌금 받는 대신 교회가 돈 든 봉투 지급

지난 부활 주일 성도들에게 1만원~3만원씩
어려운 이웃위해 사용후 사연들 교회 제출

"물질 바르게 쓰는 것도 중요한 신앙 훈련
매년 6백만원 예산, 몇 곱절의 사랑 체험"

지난 21일 부활주일 예배가 진행되던 대구 수성구 정동교회(담임 권오진 목사) 예배당. 헌금 봉헌시간이 되자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긴 예배당 의자에 나란히 앉은 성도들을 따라 헌금바구니가 돌았지만 이 바구니에 헌금을 넣는 성도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도레 저마다 바구니에 들어 있던 헌금 봉투를 하나씩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성도들의 손에 쥐어진 봉투에는 '하나님은 성도님을 신뢰하십니다(God trusts you)'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는 매년 부활절에 펼쳐지는 이 교회의 특별한 광경이다. 이름하여 '거꾸로 헌금' 시간이다.

올해로 7년째인 이'거꾸로 헌금'시간에 성도들에게 주어지는 봉투엔 적게는 1만원, 많게는 3만원이 들어 있다. 성도들은 평소 지역 내 도움을 주고 싶었던 이웃을 위해 이 돈을 사용한다.
성도들이 받은 돈은 이웃에게 돌아가지만 대신 교회에 돌려줘야 할 게 있다.

봉투에 돈과 함께 들어 있던 실천사항 결과지다. 지난해 성도들이 제출한 결과지엔 '가족 4명의 거꾸로 헌금을 모아 병원에서 투병 중인 환우들에게 초코파이를 건넸다''부부가 받은 헌금에 용돈을 보태 집 근처 천장이 부서진 미자립교회에 기부했다'등의 사연이 적혀 있었다.

이웃에게 거꾸로 헌금이 전달되는 순간 성도들이 빼놓지 않고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제 것으로 드리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해 쓰라고 주신 헌금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권오진 목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물질을 헌금하는 것만큼 물질을 바르게 쓰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라며 "거꾸로 헌금은 성경적 재정원리를 삶에 적용하는 섬김 훈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재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성도들도 거꾸로 헌금에 용돈을 더해 이웃 섬김에 나서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면서 "매년 약 600만원이 거꾸로 헌금 예산으로 사용되는데 실천사항 결과지를 보면 '이웃사랑'의 이름으로 예산의 몇 곱절이 전달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