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나폴레옹 가문·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유럽]

두 가문의 후손 10월에 결혼식
19세기초 적대 끊고 정략 결혼

나폴레옹 남동생 제롬의 5대손인 프랑스 청년 장-크리스토프 나폴레옹(33)이 마리 루이즈 조카의 직계 후손인 올림피아 폰 운트 주 아르코-지네베르크(31)라는 오스트리아 여성과 오는 10월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나폴레옹이 조제핀과 이혼하고 1810년 오스트리아 왕 프란츠 2세의 딸 마리 루이즈와 재혼한 이후 209년 만에 이루어지는 나폴레옹 가문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재결합으로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장-크리스토프는 명문 그랑제콜인 프랑스 고등상업학교(HEC)를 마친 뒤 하버드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런던에서 사모펀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올림피아 역시 미국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신접살림은 런던에 꾸릴 예정이다.

장-크리스토프는 이번 결혼이 정략적인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올림피아의 아름다운 눈에 빠져들어 갔을 뿐 그녀의 가계도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일부러 첫 부인 조제핀과 이혼하고 마리 루이즈와 재혼했던 선조 나폴레옹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을 제패할 욕심이 가득했던 나폴레옹은 영국·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우군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조제핀을 버리고 마리 루이즈와 결혼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15세기 중반부터 1차 대전까지 500년가량 오스트리아를 지배했다. 프랑스와는 오랫동안 적대 관계로 싸웠다. 1807~1809년 사이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2세는 프랑스군에 연거푸 패배해 코너에 몰렸다. 그러자 나폴레옹의 제안을 받아 딸 마리 루이즈를 나폴레옹과 결혼시켰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크게 패해 위세가 쪼그라들자 기다렸다는 듯 영국·러시아와 손잡고 1814년 나폴레옹을 권좌에서 쫓아냈다. 나폴레옹은 1814년 엘바섬으로 1차 유배를 가면서 마리 루이즈와의 4년간의 짧은 결혼 생활을 끝냈다.

프랑스인들은 장-크리스토프의 결혼을 '현대판 왕자와 공주의 만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유럽을 호령하던 프랑스의 전성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프랑스에는 장-크리스토프에게 영국 왕실 사람들에 준하는 리더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 기대를 의식한듯 장-크리스토프는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EU 통합의 가치를 지켜 하나 된 유럽을 지향한다"며 나폴레옹이 무력으로 하나 된 유럽을 꿈꿨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럽 통합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