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大盜 '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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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출소 후 또…'16번째 철창행'
노숙자 돕는'현대판 홍길동'명성 무색

1980년대 고위 관료와 부유층의 집을 털어 훔친 돈 일부를 노숙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현대판 홍길동'이라 불렸던 대도(大盜) 조세형(사진)이 81세에 경찰에 붙잡혔다. 가정집에 침입해 저금통을 훔친 혐의다. 저금통엔 5만 원도 채 들어 있지 않았고 그마저도 도주 중 떨어뜨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일 오후 9시쯤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1층 빈집의 방범창을 뜯어내고 들어가 저금통을 훔친 혐의로 조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그가 훔친 돈은 몇만 원에 불과했지만 상습범인 점때문에 구속됐다.

조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건 이번이 16번째다. 조시는 2015년 용산의 고급 빌라에서 명품 시계와 반지 등을 훔쳐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1970년~1980년대 드라이버 하나로 유력인사 집에 몰래 들어가 하룻밤 사이 수십 캐럿의 보석과 거액의 현찰을 훔치는 등 대담한 절도 행각으로 이름을 알린 조씨는 훔친 돈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화제를 모았다. 1982년 체포된 조씨는 이듬해 구치소로 이감되기 직전 수갑을 풀고 도주했다가 닷새 만에 붙잡혀 청송교도소 독방에서 15년을 복역했다.

1998년 출소한 조씨는 종교인으로 변신해 선교 활동을 시작했고 전문성을 살려 경비업체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180도 다른 삶을 살았다. 그러나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붙잡히면서 다시 범행을 시작했다.

2005년엔 치과의사 집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고 2010년 장물알선 혐의로 검거돼 징역 2년을 복역했다. 2013년엔 한 빌라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자 현장에서 붙잡혔다. 2015년 출소 5개월 만에 고급빌라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다 또다시 붙잡혀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