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안 팔려요" "냉면 먹으러 오는 손님이 뜸해"

[뉴스포커스]

'메이 그레이→준 글룸'두달째 선선한 기온
리커, 요식업소, 옷 가게 등 매출 타격 시름

올 6월 최고 평균 75도, 작년 82도 큰 차이
불체자 단속,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우울


날씨 때문에 한인 영세 비즈니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LA에는 아침에 흐리고 낮에 잠깐 해가 떴다가 저녁엔 다시 쌀쌀해지는 '준 글룸'(June Gloom) 현상이 예년에 비해 길어지면서 여름 장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씨 70도 대 초반의 예년보다 낮은 기온때문에 6월 초여름에 팔려야 할 상품들의 판매가 저조한 탓이다.

▶초여름 상품 창고에 쌓여

더욱이 이같은 6월 날씨는 전달인 5월의 흐린 날씨를 뜻하는'메이 그레이'(May Grey·회색의 5월)현상에 이어 계속 이어온 터라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7월을 코앞에 앞둔 현재까지도 쌀쌀하고 구름낀 이상 기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 계획과 내달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 까지 겹쳐 업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LA타임스는 남가주 LA지역의 지난해 5월의 평균 온도는 화씨 70도대 중반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올해 LA 평균 기온은 60도대 초반을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날씨 정보 웹사이트 'ACCU'역시 지난해 6월 평균 최고 기온은 82도 였던것과 비교해 현재 6월 평균 최고 기온은 75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남가주 날씨가 초여름이 아닌 늦가을 날씨가 된 셈이다.

▶매정한 날씨에 푸념만

한인타운의 옷가게 업주 이모씨는 "더운 날씨를 대비해 여름 옷을 대량 구입했는데 날씨 때문에 거의 다 창고에 쌓여있을 정도"라며 "예년 같으면 아무리 준 글룸 현상이라도 기온이 그다지 낮지 않아 장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올해는 매상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6~7월달이 여름 옷이 잘 팔리는 피크 시즌인데 요즘 더웠다 추웠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서 매출에 지장도 크고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걱정인데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덧붙였다.

사우스LA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조모씨는 "날씨가 더워지지 않아 특히 맥주가 예년처럼 안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월매출이 예년에 15~20% 줄은 것 같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불체자 단속 발표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요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메뉴 업종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특히 냉면 전문집들의 타격이 크다. 날씨가 덥지않아 예년처럼 냉면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

한인타운에서 고기·냉면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씨는 "예년에 비해 냉면 판매가 거의 3분의 1수준 밖에 안된다"며 "언제쯤 날씨가 더워질까 매일 기상예보만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엔 냉면 손님이 많아야 고기구이 등 그밖에 다른 메뉴도 얹어서 팔게 되는데 올해 6월 장사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밖에 아이스크림, 카페 등 날씨에 민감한 다른 요식업소들도 매상 저조에 울상을 짓긴 마찬가지다.

▶7월도 예년처럼 덥지 않아

한인타운의 한 카페 업주는 "올 여름엔 팥빙수 등 신메뉴 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날씨가 덥지가 않으니 손님들도 찬 음료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 기상청은 LA 지역의 이같은 날씨가 당분간 계속되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까지 기온이 80도대로 올라가 다소 더운 날씨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후 다시 내려가 70도 대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대에 따르면 LA 지역의 7월 평균 기온은 최고 78도, 최저 61도로 예상되며이는 지난해 7월 90도를 웃돌던 무더운 여름 날씨와 비교하면 한층 선선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A카운티 최저임금은 7월부터 일제히 인상된다. 직원 25명 이하의 업체는 현재 시간당 11달러에서 13.25달러로, 25명 이상 업체는 12달러에서 14.25달러로 각각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