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여기 베트남 아니라고 했지?"

이게 정말 사람을 때릴 이유란 말인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에 몇번이고 동영상을 돌려봤다. 한쪽 팔에 문신을 한 한국 남성은 쪼그려 앉은 베트남 여성을 향해 뺨을 때리고 발길질을 했다. 그 둘 사이를 오도가도 못하고 하염없이 '엄마'를 울부짖는 두살 난 어린 아이를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현지 언론은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한국말을 못해서'다.

하지만 여기서 상대가 언어의 장벽이 있는 외국인 이주 여성이기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냐고 묻고 싶다.

최근 한국 가정의 매맞는 아내는 54.8%로 선진국의 5배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것은 소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의 문제로 보여진다. 여성이라면 무조건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가부장 적인 문화의 여파 인지도 모른다.

매맞는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나만 참으면 된다고 굳게 믿지만 결국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고 보면 개인의 행복이 최우선이라 여기는 '개인주의 미국 사회의 이기심'이 위대해 보인다.

지금은 누구의 말을 거역하면 목이 날아가는 조선시대가 아니다. 우린 때때로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지간에 약한 자를 때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매맞는 아내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우리 남편은 평소엔 정말 다정하고 잘하는데 술만 마시면 때려요. 그것만 빼면 정말 완벽한데…", "나중에 잘못했다고 비니까 다시 받아줄 수 밖에 없지요".

하물며 평소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않아 기각됐다'는 말은 이제 폭력 가정의 '가훈(?)'이 될 판이다.

한국은 가정 폭력에 미개하다.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 그 처벌 강도가 터무니 없이 약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음주운전'단속 기준을 떠올리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가정 폭력 가해자를 격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구속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가정폭력 사범 구속률은 0.8∼1.4%에 그쳤다.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500만원 미만의 과태료만 부과되기 때문에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의 경우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체포한다.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이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피해자를 별도 시설에서 보호한다. '미국에선 안맞고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얼마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자식을 키우는 베트남 여성들을 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모두 베트남에 온 한국인 남성 사이에 낳은 자식이었다. 출장이 잦은 한국 남성들이 얼마동안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현지 여성과 동거해서 낳은 애들이다. 그러나 이 남성들은얼마동안 같이 살다가한국으로 돌아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고 만다. 실제로 베트남엔 한국인 남성 사이에 낳은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일까. 왜 하필이면 잘사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베트남 여성인 걸까. 만만해서 그런 것일까. 이번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지고 잘 살면 뭐하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낯이 뜨거워진다.

연전에 한 언론사 선배가 술자리에서 "딸이 미국남자와 결혼하게 됐다"며 낙담해 했다. 그러자 다른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아내 때리는 한국 남자보다는, 그래도 미국남자가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