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反이민 정책 비판한 민주당 유색인종 초선 女 4인방 '인종 편가르기' 조롱

[뉴스진단]

2020 대선 反이민정서 유도'고위험 도박'전략
모두 시민권자 4인방 "미국이 우리나라" 반격
펠로시 "미국을 더 하얗게 만들려는 의도" 비난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이 소수계 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인종차별 공격을 가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내년 대선을 분노와 편 가르기라는'고위험 도박'으로 치르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면서 정치권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이 인종차별 앞장"

일요일인 14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세 건을 올리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의 초선 연방 하원 의원 4인이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이민자 일제 단속 정책 등을 비판한 데 대해 "총체적 재앙에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가진 국가 출신의 민주당 '진보'여성 의원들이 지구상 가장 위대하고 강한 미국의 국민에게 정부가 어떠해야 한다고 큰소리치는 꼴을 보니 웃긴다"면서 "자기네 고향에 돌아가서 망가지고 범죄에 찌든 나라나 먼저 고쳐보라"고 했다. 다음 날인 15일엔 "우리나라가 싫으면 떠나라"며 한술 더 떠 공세를 강화했다.

4인방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뉴욕),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라시다 틀레입(42·미시간), 아이아나 프레슬리(45·매사추세츠) 하원 의원이다. 모두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여성들로 과격한 진보 성향으로 양극단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엄연히 연방 의회에서 미 국민을 대표하는 미국인이다.

이중 난민 생활을 하다 12세에 미국에 온 오마르 의원을 빼면 모두 미국에서 출생했다. 조상의 출신지를 따지자면 각각 푸에르토리코,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아프리카다. 그러나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유색 인종 시민권자에게 '원적'을 따져 '당신네 나라' 운운하는 것은 인종차별 범죄에 속한다.

▶'의도된 단계적 도발' 분석

민주당은 당장 "인종차별 언사"라고 들끓었다. 애초에 이들 의원 4명과 각을 세웠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미국을 더 하얗게(위대하게가 아니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들도 "내 출신국이자 충성을 맹세한 나라는 미국"(오카시오-코르테스) "당신 말대로 '우리나라'의 부패에 맞서 싸우겠다. 계속 떠들어. 곧 백악관에서 쫓아내 줄 테니"(틀레입)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언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 것부터가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출생하지 않았다는 '버서(Birther)'론을 주도하면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는 "멕시코 이민자들은 강간범"이라고 말했고, 취임 후엔 일부 중남미·아프리카 국가를 "똥통(shithole)"으로 칭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이번 트위터 글도 내년 대선 전략을 염두에 둔 '의도된 단계적 도발'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6년 트럼프의 국경 장벽 공약이 외국과 이민자를 향한 백인 노동자·서민층의 숨은 분노를 점화, 쇠락한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한 핵심 경합주가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미국 유권자의 63%를 차지하는 백인들의 반이민 정서가 여전히 강한 반면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불법 이민자들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주자"고 하고 있다. 트럼프가 싫어도 트럼프를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논란에도 공화당 의원들이 일제히 침묵을 지키는 것 자체가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이 '영리한 전략'이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