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2)과 사이영상을 두고 경쟁 중인 위싱턴 맥스 슈어저(35)의 복귀 일정이 뒤로 미뤄졌다.
당초 슈어저는 21일 애틀랜타 브레이비스와의 경기에서 후반기 첫 선발 등판에 임할 예정이었으나 이제 겨우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후 20일 처음으로 불펜 피칭에 나선 슈어저는 이르면 오는 25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슈어저가 약 3주 가량을 이탈하면서 사이영상 대결 구도에도 변수가 생겼다.
메릴랜드주 지역언론인 MASN은 21일 셔저의 상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 전 이후 등 통증으로 올스타 게임을 결장한 슈어저는 재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염증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오른쪽 어깨에 코티손 주사를 맞고 4일 휴식을 취한 뒤 20일 불펜피칭에서 15개 가량의 공을 던졌다. MASN에 따르면 슈어저는 이르면 22일 워싱턴에서 제대로 불펜피칭에 임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25일 콜로라도를 상대로 19일 만에 다시 실전을 치를 예정이다.
그러면서 류현진과 슈어저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가 등과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류현진은 올스타 게임에 선발 등판했고 후반기에 2경기를 치렀다. 지난 14일 보스턴 레드삭스 전, 19일 마이애미 말린스 전에서 각각 7이닝 2실점, 7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올 시즌 총 123이닝을 기록했다. 어느덧 슈어저의 129.1이닝에 6.1이닝 차까지 따라붙었다.
사이영상 수상에서 이닝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방어율, 다승, 탈삼진 등과 더불어 최고 선발투수를 가릴 때 늘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류현진과 슈어저를 비교하면 방어율과 다승에선 류현진이 앞서 있고 이닝과 탈삼진은 슈어저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방어율에서 류현진, 탈삼진에서 슈어저가 크게 앞선 가운데 이닝 차가 줄어든다면 류현진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지난 4월 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전에서 내전근 미세통증으로 2이닝만 소화하고 부상자명단에 올랐던 것도 어느 정도 만회가 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누구보다 꾸준해야 한다. 스프링캠프부터 약 9개월 동안 쉴틈없이 진행되는 장기 마라톤을 1등으로 통과하려면 부상 없이 늘 빼어난 피칭을 이어가야 한다. 류현진이 올 시즌에 앞서 김용일 트레이닝코치를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한 것도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2015년 어깨 수술 후 비시즌마다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김 코치를 동행자로 선택해 무사히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세웠다. 지난 겨울부터 2019시즌 목표로 20승을 외친 이유 또한 시즌을 완주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현재 다저스에서 류현진 트레이닝에 대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다. 다저스 코칭스태프 미팅 자리에 늘 참석해 류현진의 현재 컨디션을 직접 보고하고 류현진의 등판 일정을 잡을 때도 의견을 전달한다. 그 결과 류현진은 올시즌 어느 때보다 꾸준히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어깨 수술 전이었던 2013, 2014시즌에도 이따끔씩 직구 구속이 80마일대에 머물고 제구가 흔들리며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매 경기 90마일 이상의 직구를 뿌린다. 앞으로 셔저와 이닝 차를 더 좁히고 시즌 끝까지 방어율 차를 유지한다면 사이영상 수상으로 한국야구와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