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울고, 쇼팽이 통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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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편리한'전자 키보드'에 밀려 사양길
한때 부자집 부의 상징, 교회서도 찬밥 신세
피아노 판매 절반'뚝'…키보드 등 매출은 쑥'
"편하고 쉬운것만 찾는 '전자 세상'안타까워"

옛날 엄마 친구들 집에 놀러가노라면 거실 한켠에 자리한 반짝 반짝 광이 나던 '피아노'를 기억한다. 뚜껑이 반쯤 열린 채 나무냄새를 머금은 피아노. 그 빠알간 피아노 덮개 안에 숨겨진 새하얀 건반은 영롱한 자태를 뽐냈다. 집안 인테리어의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랜드 피아노'는 굳이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골동품처럼 고이 모셔놓은 '부의 상징'이었다. TV를 틀면 흘러 나오던 영창 피아노 광고, 때가 되면 집에 찾아오던 피아노 조율사 아저씨.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정집이나 교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피아노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요즘 집안 풍경은 많이 변했다. 거실에 진열해둔 피아노를 대신해서 방 한구석엔'전자 키보드'가 자리를 잡았다. 교회에서 찬양을 할 때도 한개짜리 페달을 자유롭게 탈부착 할 수 있는 가볍고 이동이 편리한 키보드가 피아노를 대신한다. 모든것이 간편해지고 있는 세상에 옛 것에 대한 기억이 더욱 아련해진다. 사람들은 어느새 더 편하고, 쉬운것만 찾는 것 같다.

최근 LA한인 타운에 있는 피아노 전문점 '피아노 디포'의 피아노 매출은 무려 50% 나 떨어졌다. 반면 디지털 피아노와 키보드의 매출은 급등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것이 탈바꿈 한 것은 아니다. 피아노 디포의 대니얼 이 부사장은 "피아노에서 디지털 피아노로 트랜드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7~8년전이다. 그런데 3~4년 전부터는 급격하게 변했다"며 "피아노와 같이 페달이 3개 있는 디지털 피아노는 페달의 탈부착이 불가능 하기에 휴대 하기가 힘들지만 키보드와 비교하면 피아노와 조금 더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디지털 피아노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전처럼 피아노 전공자가 많지 않고,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 LA에 단기간으로 체류하는 한인이 많은 터라 피아노를 구입하는 경우가 더욱 줄었다. 요즘 부모들의 달라진 생각도 한 몫 한다. 예전 부모들은 자녀에게 피아노를 꼭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피아노를 많이 구매 했으나 지금은 비용도 부담되고 자녀가 실력이나 흥미가 없으면 쉽게 포기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값비싼 피아노를 마련하지 않는다.

조율할 필요도 없고 값도 더 저렴한 디지털 피아노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이어폰을 끼고 칠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용적이다. 일반 피아노와 비교해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세대들은 디지털 피아노를 선호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피아노 전공자가 아닌 이상 이젠 그랜드 피아노를 찾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수요가 늘어나는 디지털 피아노의 종류는 무궁무진 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디지털 피아노는 기존의 피아노 처럼 감정을 전달 할 수 없다. 건반을 누를때 같은 힘을 줘도 표현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지금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다. 모든 것이 기계화, 전기화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는 음악까지 기계적으로 배우고 전자음으로 채워야 한다면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문득 어릴적 동생과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함께 건반을 두드리던 생각이 난다. 요즘 아이들은 맑고 깊은 피아노 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