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나?’

YG엔터테인먼트가 안팎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으며 흔들리고 있다.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의 원정 도박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음달엔 투자금 670억원을 돌려줘야 할 처지다. 그러나 YG의 가장 큰 문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성장동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위 ‘캐시카우(CASH COW)’, 즉 수익창출원이 사라져 버렸다.

◇루이비통에 670억 상환 위기, ‘안팎 악재 쭈욱~’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YG가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서 투자받은 610억5000만원에 대한 상환청구일이 오는 10월 16일로 예정돼 있다.

LVMH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방식으로 YG에 투자했기에 YG 주가가 전환가격인 4만3574원보다 높으면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이보다 낮으면 투자금을 회수해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YG의 주가는 5년 만에 ‘반 토막’ 수준으로 급락한 상황, 11일 현재 주가는 2만3500원에 불과하다. 결국 주가가 LVMH의 상환전환우선주 전환가격 수준에 이르려면 앞으로 한 달간 85.42%나 급등해야 하는 상황이다. YG의 LVMH 투자금 상환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YG 앞에 닥친 악재는 이 뿐이 아니다. 경찰이 양현석 전 대표프로듀서의 성매매 알선 혐의, 원정도박·환치기 혐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고, 서울지방국세청은 3월 YG 특별세무조사 착수 이후 탈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YG, 위기 이겨낼 ‘성장동력’이 없다
YG는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20억원을 내는 등 실적이 나빠진 상황. 가장 큰 문제는 분위기 반전을 꾀할 ‘성장동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 음원차트의 강자로 군림해온 YG 소속 가수들은 최근 음원차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YG의 위기가 표면화된 이후인 올해 5월부터 이하이, 젝스키스 은지원, 위너 김진우, YG 산하 레이블 YGX 소속 VIINI(권현빈) 등이 출격했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는데는 실패했다. 오는 25일 YG의 대표적인 ‘음원 강자’ 악동뮤지션이 출격하지만 분위기 반전을 이룰만큼 파괴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가요 관계자는 “YG는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모든 디테일한 부분 하나부터 열까지 관여를 하며 유지되던 회사다. 콘트롤 타워가 갑작스럽게 제외된 게 가장 큰 위기요소다. 직접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하는 팀이나 솔로 가수들의 경우엔 새 앨범 발매가 가능하지만 YG의 기존 프로듀싱 시스템이 일시정지된 현 상황에선 아이돌팀들의 데뷔 혹은 컴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데뷔 예정이었던 신인그룹 트레져13의 데뷔가 연기된 데다 아이콘, 위너, 블랙핑크 등의 컴백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가요 기획사가, 단 한 사람이 경영상에서 빠져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제작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건 지금까지 얼마나 주먹구구식로 운영되어왔는지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블랙핑크가 최근 ‘미국 아레나투어’를 돌며 분전하긴 했지만 올 상반기 YG의 공연 매출은 총 150억원에 그쳤다. 블랙핑크의 미국 내 흥행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이돌의 해외 공연 매출은 기획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데, YG의 가장 큰 수입원인 ‘빅뱅’의 활동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고, 블랙핑크도 예상만큼 큰 매출을 일으키지 못했다. YG의 ‘성장동력’이 지금으로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품·식품 등 사업 다각화 투자에 따른 성과도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YG는 오래동안 도덕성 해이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결국 이 문제가 YG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