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적…무역전쟁·브렉시트에다 엎친 데 덮친 격
"고유가 지속 땐 소비위축…공급량 회복돼도 불확실성 여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흔들리는 중동정세가 글로벌 경제에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폭격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을 먼저 악재로 우려했다.

비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부크바는 "고유가가 계속되면 글로벌 경제가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사우디 원유생산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전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종가가 각각 14% 넘게 올랐다.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특히 글로벌 경제가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형국이다.

CNN방송은 고유가 때문에 경제성장의 한 축인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제약받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원유 생산업체들이 이득을 볼 수 있으나 항공사와 같은 업체들은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로 인한 물가 상승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 글로벌 경기는 제조업 경기둔화와 함께 양면에서 타격을 받게 된다.

중앙은행들로서도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을 추진하는 방안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글로벌 경제는 다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세계의 시장이자 공장인 중국의 현저한 경기둔화, 유럽의 성장엔진인 독일의 예고된 경기침체, 영국의 혼란스러운 유럽연합(EU) 탈퇴 계획 등이 주요 리스크들이다.

부크바는 설상가상 격인 고유가의 부담을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빨리 벗어날지는 사우디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원유생산 시설 복구해 국제유가를 종전 수준인 배럴당 50∼65달러로 돌려놓으면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 전문가는 사우디 원유생산 시설이 폭격을 받은 이번 사태의 여파가 단기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원유생산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복구 작업이 며칠이 아니라 몇주가 걸릴 것"이라며 정상화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우디의 원유시설 복구로 공급 부족이 풀릴 수 있어도 이번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폭격 사태로 인해 한층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피격 사태에 대응해 군사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혀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폭격의 배후를 자처한 예멘의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은 사우디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연구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동의 긴장 고조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이미 불확실한 시점에서 추가로 맞바람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CNN방송은 "원유생산이 크게 차질을 빚어 경제에 반영된다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촉발되지는 않더라도 원치 않는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