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스카우트들에게 강렬한 '쇼케이스'

잘츠부르크 공격수 황희찬(23)이 '별들의 무대'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희찬은 1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 헹크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1골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34분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2분 후에는 골까지 터뜨렸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한 개의 도움을 추가했다.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공격포인트를 3개나 기록하며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황희찬은 이날 득점으로 박지성과 손흥민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 중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박지성과 손흥민이 유이했다.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번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며 챔피언스리그서 4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12골로 챔피언스리그 아시아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4-4-2 포메이션의 투톱으로 출전한 황희찬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엘링 홀란드와 짝을 이뤄 헹크 수비를 흔들었다. 황희찬은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두 번째 골을 도왔다. 후방에서 올라온 패스를 놓고 헹크 수비수 세바스티엔 두베스트와 경합하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공을 빼앗았고, 중앙에 대기하던 홀란드에게 절묘한 공간패스를 연결했다. 홀란드가 깔끔하게 슛을 마무리하면서 황희찬의 어시스트가 기록됐다. 황희찬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빛난 장면이었다.
2-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황희찬은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36분 미드필드 지역에서 즐라트코 유누조비치가 내준 패스를 수비 뒷공간을 빠르게 침투해 잡아냈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끝으로 골대 구석을 향해 찔러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의 공격은 쉬지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정확한 패스로 홀란드의 해트트릭을 도왔다. 후반에도 황희찬의 플레이는 생동감이 넘쳤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기민한 돌파로 헹크 수비를 흔들어놨다. 시작과 동시에 강력한 슛으로 골문을 위협했고, 후반 12분에는 빠른 돌파로 상대 선수의 옐로 카드를 유도하기도 했다. 간결한 패스와 연계가 눈에 띄었다. 황희찬은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현지에는 잘츠부르크의 유망주들을 보기 위해 유럽 스카우트 50여명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란드와 황희찬처럼 어린 선수들이 관찰 대상이다. 황희찬은 일종의 쇼케이스에서 이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게 됐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4골7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데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보다 수준이 높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 잘츠부르크는 리버풀, 나폴리 등 강팀들과 한 조에 속한 만큼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빅클럽 이적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