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손으로 넘겨야 제맛이지"…"음악은 역시 LP로 들어야"

생·각·뉴·스

디지털 시대 종이 책·LP 음반 시들지 않는 존재감
종이책 선호'여전' 이례적으로 젊은층 선호도 높아
LP 판매액 전년대비 13% 증가,CD시장 역전 기세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가치 구분 잘못 된 것"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만큼은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듯하다. 음악도 CD에 이어 음원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LP 음반이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출판협회의 2019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출판업체들은 지난해 약 260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는데 종이 출판물의 미국서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독립 서점의 도서 판매량은 5%가량 증가했다. 매출이 226억달러에 달했던 것에 비해 전자책(e-book) 매출은 20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에서 종이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영국 닐슨 북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44세 이하의 사람 중 종이책을 구매한 비율은 63%에 달했다. 오히려 45세 이상의 사람 중에서 전자책을 구입한 비율이 52%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2017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사람 중 75%는 종이책을 읽는다고 답해 전체 평균인 67%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영국서점협회의 메릴 홀스 이사는 디지털 미디어가 뉴스 출판과 음악 산업 등 여러 산업에 지장을 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소유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홀스 이사는 19일 "전차책 거품이 어느 정도 터지면서 판매도 주춤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종이책은 매우 매력적이며 출판업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책들을 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읽은 것을 전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책 뿐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라질 거라고 예고됐던 LP 음반도 건재하다.

미국 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P 음반의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2억2400만달러를 기록했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6% 늘었다. 같은 기간 CD 판매액(2억4800만달러)은 지난해와 비교해 정체 상태를 보여,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LP 음반 시장이 CD 시장을 역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미 보스턴대와 스위스 바젤대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적 형태가 없는 디지털 자료보다 물적 형태가 있는 상품에 좀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를 갖고 있다.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에 있는 음원 파일보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LP 음반을 더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적 소유감'이란 개념과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내 것'이라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마이클 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논문에서 첨단 기술을 등에 업은 거대 자본의 지배 속에서도 독립 업체의 약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1980년대 초반 CD가 등장하자 음반업계와 대형 유통업체들은 LP 음반 제조와 판매를 급격히 줄였다. 이때 영세 독립 업체들이 LP 음반을 계속 취급했고,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LP 음반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책 시장도 마찬가지다. 책 추천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독립 서점은 출판물과 독자와의 친밀한 접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서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독립 서점의 도서 판매량은 5%가량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LP 음반과 종이 책 등은 사라지길 거부할 뿐만 아니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중 시장(mass market)에서 상품을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사도 아날로그

"초심을 잃지마라"며 한국 고교 은사님이 보내온 손 편지. 따뜻하다. 글자 한자한자에 담긴 진심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깊게 떨려온다. 글 나가는 대로 툭툭 던지는 이메일이나 카톡에 비교할 바가 못된다. 연애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버스 정류장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애닮픈 마음. 생각만 해도 미소가 떠오르는 어릴 적 친구. 새 것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듯, 옛 것이라고 다 버릴 것은 아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아날로그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