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25·최진리)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단 시간에 모두에게 퍼져 나갔다.

지난 14일 설리의 안타까운 소식은 포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개됐다. 생전에도 언제나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며 하나의 브랜드와 아이콘 같았던 설리라는 인물이 가진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설리는 우리에게 악성 댓글과 악플러, 연예인 우울증 관리 등 여러 화두도 동시에 남겨주고 떠났다. 그 중 하나는 사건·사고 혹은 장례식장 취재를 하는 언론의 태도이기도 하다.

설리의 비보가 단시간에 퍼지는 동시에 어김없이 언론의 그릇된 행태도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됐다. 이번에도 많은 언론은 경마식보도로 큰 의미 없는 기사를 재생산해내며 실시간 중계에 나섰다. 말 그대로 설리와 관련된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추측성 기사도 여과 없이 등장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을 통한 기사 소비 구조가 이런 기형적인 행태를 만들어 냈지만 언론 내부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설리의 유가족이 빈소 및 발인 등 모든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조문객 취재도 원치 않는다고 밝힌 가운데 유가족이 원치 않는 내용까지 언론이 공개하며 스스로 논란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설리를 통해 언론의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장례식장 취재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연예인 장례식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려 레드카펫마냥 조문을 하려 온 연예인을의 사진을 찍으며 생중계하거나 심정을 묻는 무리한 인터뷰가 비일비재했다. 그릇되고 과열된 취재 경쟁 때문에 유족은 물론 조문객이 불편을 겪었고 고인과 상관없는 일반인들까지 피해를 겪으며 큰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2011년 ‘SG워너비’ 출신 가수 故채동하(30)의 사망을 기점으로 빈소는 ‘사진공동취재단’ 형식의 풀단으로 취재하고 있고 유가족이나 조문객은 촬영하지 않고 있다. 유족의 뜻에 따라 영정 사진이나 안내판 촬영 등 빈소 스케치와 같은 취재도 일절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만, 취재기자는 현재도 빈소 현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고 동영상 취재 역시 허용할 경우 포토라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간혹 어긴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발인하는 장면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취재가 진행되고 있다.

분명 장례식장 취재 문화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설리를 통해 장례식장 취재 관행뿐 만 아니라 장례식장 취재에 자체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연예인의 장례식장 취재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그 자체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이 존재했다. 고인을 그리워하며 마지막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도 있지만 취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존재했고 특히 설리와 같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경우에는 후자에 힘이 실렸다. 이번을 계기로 장례식장 취재에 대해 좀 더 명확한 보도 기준이 생기고 좀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변화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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