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마존 '기혼 사제'허용 권고, 의무사항 아니지만 변화 예고

[바티칸]

사제 부족 호소 아마존 지역만 허용 예상
동유럽 교구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허용
'여성 부제'도입 논의도…교황 결정 주목

최근 바티칸에서 폐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서는 남미 아마존의 부족한 사제 해소를 위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주는 권고안이 담긴 최종보고서가 채택됐다.

시노드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실제 오랜 전통을 깨는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시노드의 보고서를 두고 일대 변화의 신호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수백 년 로마 가톨릭 전통을 뒤집는 역사적 제안", "사제독신 규율에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독신제는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통해 교회법 규율로 명문화됐다. 이후 수백 년을 거치며 16세기에는 제도로써 자리를 잡았다.

사제독신제는 신앙적으로 사제가 온전히 하늘나라의 가치관에 대해 자신을 바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전통은 오래전 수도자에서부터 시작됐고, 이들 중 독신 사제가 더 존경을 받았기에 4∼5세기부터는 가톨릭교회에서 이를 권장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세에 접어들며 교회 권력 부패 등 여러 문제가 생기자 개혁 차원에서 일반 사제들에 대한 독신이 강조됐고, 이것이 규율로써 강제됐다.

물론 현재 모든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독신제가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방정교회나 영국 성공회에서는 기혼 성직자를 받아들인 지 오래다. 미국, 유럽지역 교회에서도 사제독신제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 시노드의 보고서는 구속력 없는 일종의 권고안이다. 최종 결정 권한은 교황이 쥐고 있는데, 이런 결정사항을 담은 '사도적 권고'도 의무사항은 아니다.

사도적 권고에 따라 사도독신제에 변화가 있다 해도 그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노드의 권고안 자체가 사제독신제를 대폭 손질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사제 부족을 호소하는 남미 아마존 지역에 국한해 기혼 남성에게 예외적으로 사제직을 허용하는 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시노드 권고안은) 사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결혼한) 남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교회 전반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노드 보고서를 통해 함께 제안된 아마존 내 여성 부제 인정도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문제다.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여성 사제는 물론 여성 부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제가 주교, 신부를 말한다면 부제는 신부처럼 미사나 성체성사를 주례하지는 못하지만 강론과 세례·혼인 성사는 집전할 수 있는 성직자를 말한다. 하느님 앞에 모든 인간은 성별을 떠나 존엄하고 평등하지만, 여성은 여성 나름대로 독특한 소명이 있다는 이유가 남성만이 사제, 부제를 하는 근거가 돼 왔다.

가톨릭교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부장제에 기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향후 공의회 등 더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여성 부제가 인정되더라도 교회 안에서 여성 부제의 역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