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6일 일요일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중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의 명령으로 전교생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지만 그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두 바퀴가 넘어지지 않고 어떻게 굴러가나, 신기하면서도 무서워서였다. 어른이 되어 여의도 광장에서 직장 후배들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타지 못했다. 역시 무서워서.

1992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여행할 때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전거나 스쿠터를 빌려서 여행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해야지… 프놈펜 궁 앞 광장에서 빌린 자전거와 씨름했다. 그리고 순간, 프놈펜 시민들이 광장 주변을 둘러싸고 자전거와 씨름하고 있는 나를 지켜 보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쉽다고 하는 자전거, 모두가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자전거, 그때도 역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자전거 타는 꿈이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자전거 타고 전원을 달리는 나를 그렸다. 언젠가는… 꼭 할거야.

2011년 말, 로스 엔젤레스에서 어른들을 위한 자전거 클래스에 갔다. 강사가 자전거 뒤에서 잡아 주면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었다. 맨처음에는 자전거 페달을 빼고 학생들 스스로 키 작은 자전거에 걸터앉아 걸어갔다. 그 다음엔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걸어갔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달을 달았다. 어, 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뒤에 잡아 주는 사람도 없이. 내가 어떻게 타게 되었는지 모른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그러나 그날 이후, 자전거에서 발을 내려놓았다. 무릎을 다치면서 자전거 타기가 무서워졌다.

3월 18일, 남친이 주문한 내 자전거를 픽업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고 아니 무서워한다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친은 자전거를 주문했다. “자전거 타는거 쉬워.”라고 말하면서.

샌디애고 미션 베이 RV 리조트. 평생 처음 가져 보는 자전거, 파란색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어, 어…, 탄다! 혼자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2011년에 30분동안 배웠던 자전거를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누가 볼까 봐, 엉거주춤 아슬 아슬하게. 자전거 타는 나를 보이기 싫어서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에 자전거를 탔다. 사람들이나 자동차가 없어야 안전함을 느끼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바닷가의 조용한 아침.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다. 그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기쁨이란 새로운 인생을 만난 느낌이다. 왜 진작에 자전거를 타지 못했을까? 자전거 타고 세계 여행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힘들다, 쉬자. 다리가 힘든 것이 아니라 긴장을 많이 한 탓에 마음이 피곤해졌다. 어깨도 아프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이 기쁨을 전했다. 50이 넘어서 자전거를 탔다는 말에 동생은 할렐루야~

그리고 매일 남친 보이지 않는 곳, 안전한 RV리조트 안에서, 다른 사람들 자고 있는 시간에 혼자서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왔다. 남친과 함께 RV 리조트 안에서 자전거를 탔다. 한참을 내 뒤를 따라오던 남친이, Do you know coasting?(코우스팅 하는 거 알아?) Coasting? walking on the coast line?(코우스팅? 해안가에서 걷는 거?) coast 하면 해안선이나 연안만 생각하고 그렇게 되물었다. 남친은 “No.”라고 말하고는 coasting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 줬다. 코우스팅은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고 가는 거였다. ‘아이고, 지금 막 자전거 타기 시작했는데 또 뭐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남친은 나의 자전거 타는 방법을 분석했다. 나는 페달만 계속 밟는다. 다리도 쉬어야 된다. 그래서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면 페달을 계속 밟아야지.”라고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자전거 페달을 마구마구 밟았다. 다리가 피곤했다. 그래서 페달을 밟지 않고 coasting을 해 봤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그런대로 할 만했다. 힘이 덜 들고, 쉬엄 쉬엄 탈 수 있고, 속도가 떨어져도 넘어지지 않았다. Coasting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관성으로 나아간다 라는 뜻도 있었다. 그러니까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가 돌고 있는 힘으로 가는 것, 이해가 됐다.

자전거를 타다가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자전거 의자에 푹신한 커버를 씌우자고 얘기 했더니 남친은 자전거를 서서 타면 충격이 덜해서 아프지 않다나? 앉아서도 중심을 잡지 못하는데 서서 중심을 잡으라고? 자전거 타기만 하면 됐지 뭐가 이렇게 많아?

자전거를 타고 RV 리조트 밖에 있는 미션 베이 공원으로 갔다. 자전거 길이 있다고 하더라도 좁아서 힘들고, 좁은 자전거 길 우측통행 하기도 힘들고, 다른 자전거 피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 우측 좌측 불사하고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피하는 것도 힘들고, 보행자를 피하는 것도 힘들고, 남녀가 나란히 걷고 있는 뒤에서 어떻게 무사히 지나갈까 생각하니 힘들고… 드디어 넘어졌다. 충분히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었는데(혼자만 있었다면), 피하는 것만 생각하다가 브레이크 잡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스르르, 아니 스스로 힘없이 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