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검과 협의 마치지 않은 채 靑에 보고
검찰 내부망서 반발 기류…"업무수행 현실과 동떨어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성도현 기자 = 법무부가 반부패수사부(옛 특별수사부) 등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37곳을 없애고 검찰의 수사 상황을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려 하자 검찰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직후 따로 이 내용을 보고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청와대에 먼저 보고하고 나흘 뒤인 지난 12일 대검찰청에 직제 개편 관련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와 미리 협의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간부회의 등에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전날 오후 전국 검찰청에 법무부의 직제 개편 추진안 내용을 전달하면서 해당 부서 등의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직접수사가 가능한 부서 41곳 중에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일 뿐 전부 폐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고 대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직제 개편안에 대해 "검찰의 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무부 방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사상황을 법무부에 사전 보고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검찰청법에 배치되는 하위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잘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제 개편안의 핵심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3·4부)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 2곳, 일선 검찰청의 공공수사부(옛 공안부)·강력부·외사부 전체 등 직접수사가 가능한 부서 37곳을 없애는 것이다.

법무부의 구상대로라면 전국 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1·2부)과 대구·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 등 4곳만 남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조세범죄조사부·방위사업수사부·범죄수익환수부와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등 수사 전문성을 위해 비교적 최근에 설치된 부서들도 폐지 검토 대상이다.

직제 개편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만 바꾸면 된다. 국회에서의 개정 입법 등 절차 없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만 따져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반부패수사4부), 상상인저축은행 자본시장법 위반(조세범죄조사부), 고등군사법원장 뇌물수수 의혹(방위사업수사부) 수사 등을 폐지 대상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달았다. 이성범(43·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전문 부서 폐지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직접수사 축소'라는 명분으로 일괄 폐지하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철완(47·연수원 27기) 부산고검 검사도 '법무부 검찰개혁 방안 요약문' 글을 올리고 댓글에 "전반적 기조는 법무부에 의한 검찰 장악"이라며 "기대한 방향의 검찰 독립과는 많이 다르다. 일선의 업무수행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검사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한민국 부패수사 역량의 90%를 연말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삼성바이오 수사는 물론 개미 투자자들을 울린 신라젠 주가조작 의혹 수사까지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공안부였던 공공수사부가 이름 변경에 이어 폐지 검토 대상이 된 것을 두고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보안수사대의 수사 지휘 업무가 대부분인데 전문성을 살려주지는 않고 개혁 대상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직제 개편과 함께 청와대에 보고한 '검찰보고사무규칙'(법무부령) 개정안은 중요 사건의 진행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단계별로 사전 보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다는 내용은 기존 규칙에도 들어있는 내용이지만 '사전'에 해야 한다는 문구가 새롭게 들어갔다. 이에 압수수색 등 밀행성이 요구되는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재임 시 조 전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를 했어야 한다"고 밝혔는데, 당시 검찰은 수사의 독립성 침해라며 반발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 개입을 했다고 비판하더니 이제 모든 수사를 일일이 법무부 장관한테 보고하라고 하면 어떻게 민주적 통제라고 할 수 있나"고 말했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데 단계별로 수사 내용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 수사는 엄정 공평, 불편 부당이 생명"이라며 "법무부에 중간보고를 해 가며 수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국세청이 탈세조사 전 기재부 장관에게 사전보고하라고 하면 그게 국세청 개혁인가"라며 "야전 경험이 없는 책상물림들이 개혁한다고 하면 이렇게 되는가 싶다"고 비판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