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주낙 바다에 던지고 아침 어획 앞서 선원들 휴식 취하던 중 사고났을듯"
대성호, 구조 신호조차 못 보낼 정도로 급박한 상태로 추정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백나용 기자 = "불이야! 불이 났어요."

불은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간 통영 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t·승선원 12명)를 무심히 집어삼켰다.

19일 오전 7시 15분께 불이 붙은 대성호 인근에 있던 다른 어선이 대성호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걷잡을 새 없이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선원들이 미처 대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화마가 어선을 덮친 것으로 해경은 추정했다.

실제로 해경에 구조된 김모(60·경남 사천시)씨는 구조 당시 얼굴 등에 화상이 심했고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당시 대성호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나 SOS 구조 신호조차도 보내지 못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해경은 추정했다.

신고 어선 선원은 "어선에 불이 붙어 있다. 불이 붙은 어선이 바다에 떠 있다. 빨리 구조 바란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오전 8시 15분께 해경청 헬기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해경 경비함정이 도착해 오전 9시 30분까지 대성호에 붙은 불을 끄려고 소화포를 이용해 물을 연거푸 뿌려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화마는 오전 9시 40분께 대성호가 파도에 뒤집혀서야 겨우 사라졌다.

대성호는 지난 8일 경남 통영항에서 출항해 갈치 등 잡어 잡이에 나섰다.

망망대해를 다니며 만선으로 귀향할 날을 꿈꾸고 있었다.

사고가 난 이날은 열하루째다.

해경 등의 조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3시께 대성호 선원들은 조업을 위해 주낙 등을 투승(바다에 던짐)을 한 후 주낙과 그물에 고기가 걸려 잡히기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해경은 추정했다.

한 어민은 "갈치잡이 어선은 일반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주낙에 꽁치 미끼를 끼는 작업을 하고서 바다에 주낙을 던져 놓는다. 그런 다음에 아침 8시쯤에 식사를 하고 바다에 풀어 놓은 주낙을 걷어 올리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대성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도 오전 4시까지는 잡혔다.

오전 4시부터 화재 신고가 해경에 들어온 오전 7시 15분까지 3시간여 사이에 어선에 불이 시작된 것으로 해경은 봤다.

현재 대성호의 숨진 선원 김씨 외에 나머지 한국인 선원 5명과 베트남 선원 6명 등 11명은 구조 소식이 없는 상태다.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