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몬트 교회 '아기예수와 마리아, 요셉 격리' 야외 전시물 놓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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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이민정책 관련 비판 담아
"정치-종교의 부적절한 결합" 지적도

남가주의 한 교회에 전시된 아기예수 가족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탄절이면 교회나 성당에 전시되는 아기예수 탄생 장면과는 어딘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곳의 요셉, 아기예수, 마리아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세 개의 공간에 따로 갇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왜? 이들이 '난민'이기 때문이다.

UPI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9일 클레어몬트 연합 감리교회가 전시한 아기예수 난민가족이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클레어몬트는 LA에서 동쪽으로 25마일쯤 떨어진 도시다.

이 전시에는 2017년부터 국경에서 이민자 가족을 분리하는 정책을 실행했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캐런 리스틴 목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기예수 가족 사진을 올리면서 "요셉과 마리아가 두 살도 안된 예수와 격리됐다고 생각해보라"고 적었다. 이어 "지난 3년간 5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그렇게 엄마로부터 떨어져 국경경비대 난민수용소의 철조망 너머로 보내졌다"고 덧붙였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의 가족은 실제 난민생활을 거쳤다. 예수가 태어난 직후 요셉과 마리아는 천사의 조언에 따라 애굽(이집트)으로 피신해 2세 이하 아이들을 학살하라는 헤롯 왕의 명령으로부터 예수를 구한다. 이들은 헤롯왕이 죽은 뒤 조상들의 땅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난민 예수가족'의 강렬한 이미지를 본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이것이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완벽한 예술적 변형"라며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난민 이슈에 결합시킨 것을 찬성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이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사람을 죽이면어떻게 할 거냐, 그 가족은 영원히 서로를 못 보는데"라며 종교와 정치의 부적절한 결합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회 측은 "망명 신청자들을 맞이할 때 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려는 의도"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회 밖에서 격리됐던 예수가족은 교회 내부 전시물에서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