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밟을시 트럼프 외교성과 타격…기로에 선 대북 드라이브
美전문가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 미사일 발사 우려"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예고와 관련, 공개적 언급을 자제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성탄절을 전후해 실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밟을 경우 자신이 최대 외교 치적으로 꼽아온 '핵실험·ICBM 시험 발사 중단' 성과가 대선 가도에서 상처를 입게 된다.

그만큼 대북 정책 궤도수정에 대한 미 조야의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케미'에 의존해온 트럼프식 대북 드라이브가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 조야에서는 북한이 거론한 '선물'의 실체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고개를 드는 등 북한발(發) 연말연시 리스크에 대한 긴장도가 고조되는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21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며 국제적 대북 공조를 통한 도발 차단에 나서며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공개적으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군 수뇌부가 어떤 경우에도 준비가 돼 있다며 강경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두번째 '중대한 시험' 발표 이후인 지난 16일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게 마지막이다. 다만 백악관은 미일 정상 통화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최근 성명들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을 보내며 정보당국 등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에 이어 조만간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그동안 경고해온' 새로운 길'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미 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폭스뉴스는 "미 당국자들이 북한의 '크리스마스 미사일 선물'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종지부를 찍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외교 정책 목표에 중대한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북 정책 실패론은 북한 문제 등 주요 외교정책을 둘러싼 노선 충돌로 지난 9월 경질된 '슈퍼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에서도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야욕을 막았다는 주장은 허세이며 김 위원장이 미국을 모욕할 경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도 대북 정책 실패론을 내걸고 대대적인 견제에 나설 태세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북한이 공언한 '선물'의 실체를 놓고 다양한 '경우의 수'도 거론되고 있다.

공영 라디오 NPR은 23일 북한이 선택지와 관련, ▲위성 발사체 발사 ▲지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거론했다.

NPR은 위성 발사체 발사와 관련, 미국 입장에서는 도발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북한은 평화로운 조치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협상을 위한 흥미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미 과학자연맹의 안킷 판다 선임 연구원의 분석을 소개했다. 그러나 위성 사진상으로 북한의 주요 위상 발사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점 등도 언급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핵실험과 관련해서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활동의 징후가 없는 데다 북한 입장에선 추가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중국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신규 실험장 조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ICBM 또는 이와 유사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관련,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NPR에 "내가 우려하는 것은 (사거리가) 훨씬 더 장거리인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 미사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부 나라만 가진 고도의 기술로, 선제 타격도 더 어렵다는 문제 등이 있다고 NPR은 전했다.

NPR은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미사일의 종류가 중요하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느냐 여부 자체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엄청난 외교적 성과로 규정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루이스 소장은 ICBM 발사 현실화시 "엄청나게 긴장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더라도 뭔가 잘못될 가능성이 엄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판다 선임연구원도 북미가 2020년 '새로운 위기'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루이스 소장은 이날 AP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생산과 연관된 공장을 확장했다는 위성 사진 분석 결과에 대해 '빅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21일 낸 보고서에서 미국 민간위성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19일 북한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공장'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에서 발사 거치대(launcher arm)를 세우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임시 시설물이 새로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16일 공장'은 북한이 ICBM 발사용 이동식 거치대로 활용할 차량(운송시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2017년 ICBM급 화성-14와 화성-15를 시험발사할 당시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을 이동식 거치대로 사용했다며, 이동식 거치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의 증가가 북한의 ICBM 역량을 증대시키고 핵 분쟁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는 한 북한은 2017년 ICBM 시험 발사 당시 6대의 차량만을 중국에서 수입했다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그와 같은 장치를 50∼100개 가량 원할 거라고 생각된다"며 "이는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ICBM과 북한이 개발 중이라고 주장해온 새로운 시스템을 섞어놓은 어떤 것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CNN방송은 전날 북한이 예고한 성탄 선물은 ICBM 시험 발사와 같은 군사 도발보다는 비핵화 협상 중단, 핵무기 보유국 지위 강화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미 강경정책 노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