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모든 것을 새롭게 쓰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까지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13일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공개했다. ‘기생충’은 국제 장편 영화상(舊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최고 영예상에 해당하는 작품상, 감독상(봉준호 감독), 각본상(봉준호 감독·한진원 작가), 미술상(이하준 미술감독), 편집상(양진모 편집감독) 등 총 6개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에서 수여하는 미국 대표 영화상으로 꼽힌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기존 다수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아카데미에서도 힘들지 않게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국제 장편 영화상 뿐 아니라, 작품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 영화는 지난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국제 장편 영화상 부문에 출품한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최종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게 됐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최초이지만, 주요 부문 후보까지 최초로 오르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기생충’은 최고상으로 꼽히는 작품상에 ‘포드V페라리’, ‘조조 래빗’, ‘1917’, ‘조커’, ‘작은아씨들’, ‘결혼 이야기’, ‘아이리시맨’,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함께 후보로 올랐다. 해당 영화들은 미국 영화기에, 영미권 영화가 아닌 ‘기생충’의 선전이 돋보인다. 그동안 90년이 넘는 아카데미 역사 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적은 없다. ‘기생충’이 그 벽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또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사례는 지난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 뿐이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새로운 기록을 다시금 쓰게 된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거장으로 꼽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1917’ 샘 멘데스, ‘조커’ 토드 필립스, ‘아이리시맨’ 마틴 스코세지 등과 함께 경합을 펼친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봉준호 감독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아카데미 감독상 중 아시아인 수상자는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 감독(대만) 뿐인 가운데, 봉준호 감독도 이를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전부터 전통적으로 백인 중심으로 진행됐기에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해 역시 주요 부문에서 백인 감독, 배우들이 다수 후보에 오른 가운데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 미국 사회 역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카데미가 이를 반영할지도 주목된다.

외신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매직에 환호하고 있다. 인디와이어는 “‘기생충’이 지난해 칸 영화제 수상으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수상으로 역사를 만드는 일을 마칠 것이다”며 “한국 영화의 모든 것이 ‘기생충’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을 보도, “역사를 만들었다”며 “한국의 풍부한 영화 역사를 고려할 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 나라의 영화를 무시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도 봉준호 감독에 대해 “아시아 두 번째로 오스카 지명 감독”이라 조명했다.

‘기생충’과 함께 세월호를 소재로 한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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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