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들통→세기의 이혼' 세계 최고 갑부 아마존 창업자

이슈분석

빈살만 메시지 받은뒤 해킹당해 주범 의심
美 재계 경악…'워싱턴포스트 겨냥'의혹
사우디 측 "터무니없는 보도…수사 요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갑부인 제프 베이조스(56)의 스마트폰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해킹당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베이조스가 지난 2018년 빈살만 왕세자로부터 스마트폰 메신저 앱 '와츠앱'으로 짧은 동영상이 첨부된 메시지를 전달받았는데 그 직후 베이조스의 스마트폰에서 다량의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베이조스가 작년 1월 보도된 자신의 불륜 사실을 폭로한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업체에 맡겼는데 분석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LA파티서 만나 연락처 교환
베이조스의 스마트폰을 분석한 사설 조사관에 따르면 2018년 5월 베이조스는 미국 LA 할리우드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빈살만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연락처를 교환한 다음 날 빈살만은 와츠앱을 통해 베이조스에게 짧은 동영상 파일을 하나 보냈다. 베이조스가 이 동영상이 첨부된 메시지를 클릭하자 그의 휴대전화가 악성 코드에 감염됐고 그의 스마트폰에 담겨 있던 수많은 정보가 몇 시간 만에 외부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연락처를 교환한 다음 날 해킹이 이뤄진 점, 해당 동영상에 악성 코드가 포함돼 있던 점, 조사 결과 휴대전화를 감염시킨 악성코드가 과거 사우디 측이 주도한 해킹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 등으로 해킹 사건의 주범이 사우디 왕실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데 통치의 정통성을 걸고 서방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빈 살만 왕세자 본인이 이 같은 국가비전 실현을 위해 최고의 투자자일 수 있는 아마존 창립자에 대한 공격에 관여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월가부터 실리콘밸리까지 미국 재계 전반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불륜 보도 과정 의혹도 다시
이와 함께, 유출된 정보를 갖고 베이조스의 불륜 의혹 등 사생활을 폭로한 미국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어떻게 이를 입수해 보도했는지 과정에 대한 의혹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베이조스와 로런 산체스 전 폭스뉴스 앵커의 불륜을 보도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회사인 AMI는 당시 산체스의 오빠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베이조스의 보안 담당자인 개빈 드 베커는 지난 3월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빈 살만 왕세자와 AMI의 데이비드 페커 회장이 관련 기사가 보도되기 수개월 전부터 "가까운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베이조스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려 했을까. 외신들은 베이조스가 소유하고 있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정보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하다 사우디 왕실에 의해 암살당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과 해킹을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다. 휴대전화 해킹 사건이 발생하고 5개월 뒤인 2018년 10월,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 안에서 토막 살해당했다.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한 유엔 관계자들은 사우디 왕실이 베이조스의 휴대전화를 통해 카슈끄지의 위치와 연락처 등의 정보를 빼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은 " 터무니없는 언론 보도"라며 "이런 주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베이조스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