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한번도 신지않은 신발 30켤레 박스채로 쌓여"

이슈진단

금전 여유 없는데도 욕구 절제 못해 사재기
쇼핑 중독 남성도 급증…심할 경우 이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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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클릭'간편 구입절차 등 중독 부추겨
"우울증 등 인한 일종의 정신병, 치료 필요"

#장모씨(50·여)의 유일한 취미는 온라인 쇼핑이다.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방안에 틀어박혀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클릭 하나로 원하는 모든 물품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다. 장씨는 집으로 배달된 물건들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채 계속 쇼핑에만 매진한다. 그탓에 장씨의 집엔 핸드백, 화장품 등 풀지도 않은 박스가 산처럼 쌓여있다. 장씨는 "집에 쳐박혀 있으니 답답해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이젠 손을 놓을 수가 없게됐다"며 "하루라도 세일 품목을 사지 않으면 초조해진다"고 말했다. 가족들 몰래 크레딧 카드 빚을 지고 갚고를 반복하다가 급기야는 거의 1만달러에 달하는 빚더미에 오른 장씨.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남편은 이혼을 선언했고 남은 가족들은 장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했다.

▶여자들이 더 심해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면서 쇼핑 중독증세를 보이는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 직접 가지않고 집에서 휴대폰으로 간편한 클릭으로 손쉽게 상품을 구매하고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점 등 때문에 이같은 온라인 쇼핑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심리치료기관인 OCD 클리닉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8%가 쇼핑 중독증을 겪고 있으며 이중 80~95%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독자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데도 쇼핑에 대한 욕구를 절제하지 못한다.
독일 하노버 의대의 뮐러 아스트리드 심리학 박사는 연구조사에서 온라인 쇼핑중독증으로 인해 도움을 요청한 122명의 환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우울증과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환자들은 20세에서 68세 사이의 성인으로 75%는 여성이었으며 이 중 33.6%는 온라인 쇼핑에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었다.

▶심하면 전문가 찾아야
은퇴한후 LA 외곽지역인 벤추라 카운티에 살고 있는 김모씨(67·남)는 자신의 서재에 30여개의 박스가 쌓여있다. 모두 신발이다. 운동화를 즐겨 신는 김씨는 틈만 나면 온라인 쇼핑으로 신상 운동화를 구입하는 것이 취미가 되다시피했다. 문제는 사서 쌓아두기만 하고 정작 신고 다니지는 않는다는 것. 김씨의 부인은 "신발을 그만 사라고 수십번도 더 얘기했으나 소용없다"며 "부부싸움도 여러번 했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온라인 쇼핑에 빠져있다"고 하소연했다.
쇼핑중독은 무분별한 카드결제를 남발한다. 카드결제로 구매충동을 해소하는 것이다. 쇼핑중독은 정신과에서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보며, 단순 과소비와는 구분된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마구 구입하고도 자기가 구입한 상품이 뭔지 제대로 기억도 못하고 쇼핑이 불가능해지면 심리·육체적 부작용이 일어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쇼핑 중독은 심할 경우 재정위기나 가정불화 등을 낳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 때문에 이혼까지 다다르는 케이스도 적지않다.

이에대해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는 "온라인 쇼핑에 중독 현상은 조울증으로 인한 일종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에 빠진 경우 대부분 조울증 증상을 다스리기 위해 온라인 쇼핑같은 돌파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성 박사는 "아이가 울고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옆에서 온라인 쇼핑만 하고 있는 엄마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라며 "먼저 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고 전문가를 만나 중독증과 조울증 두가지를 모두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