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99% 일치"…'정력에 좋다는 소문에 밀렵 급증

중국

박쥐와 인간 사이 중간 매개체 확실
멸종위기 야생동물 고급식재료 거래

정력에 좋다고 소문난 멸종위기 포유류 천산갑이 신종코로나의 중간숙주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진은 7일 "야생동물한테서 추출한 1000개 샘플을 검사한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확진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 등에서는 고가에 밀거래되고 있다. 고기나 비늘 등이 보양에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밀렵이 끊이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시작해 매개 동물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연구팀은 지난달 22일 연구 보고서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박쥐일 수 있다"며 "다만 박쥐와 인간 사이에는 알려지지 않은 중간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우한 폐렴 진원지로 지목된 화난시장에서는 천산갑, 악어, 고슴도치, 사슴 등 각종 야생동물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실험의 샘플이 화난시장에서 나온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대학 측은 천산갑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천산갑은 주로 중국 남부, 대만, 미얀마 등지의 삼림이나 사바나, 개활지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나무에서 혼자 생활하며 야행성이다. 개미와 흰개미, 벌의 유충, 파리, 애벌레, 지렁이, 귀뚜라미 등을 먹는다. 몸 길이는 30~90센티미터(cm)다. 비교적 온순한 성격이다. 위기 상황에선 몸을 동그랗게 말아 보호한다.

천산갑은 비교적 포획이 쉽고 고기 맛이 좋아 중국에서 고급 식재료로도 거래된다. 2016년 9월에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회의에서 천산갑 거래 금지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천산갑의 등비늘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 등에 영향을 받아 밀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천산갑의 비늘은 사람의 손톱과 같은 성분일 뿐, 약효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