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츠'에 논문

'RNA 간섭' 관여 '아고 단백질', 폭넓은 항바이러스 작용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 감염증이 무서운 건, 변종을 끊임없이 만들어 언제 세계적인 유행병(pandemic)으로 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매년 찾아오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도 어떤 변종이 생길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미리 제조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이, 여러 감염증에 '보편적 치료(universal treatment)'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표적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침묵(또는 RNA 간섭) 현상에 관여하는 '아고 단백질(argonaute protein)' 계열의 '아고 4(AGO4)' 단백질을 바이러스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했다. 아고 4 단백질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MGH의 케이트 L. 제프리 박사팀은 관련 논문을 11일(현지시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했다.

이와 별개로 MGH는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MGH는 하버드대 의대가 운영하는 수련병원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곳이다.

아고 4 단백질은 특히 포유류의 면역세포에서 독특한 면역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아고 1부터 아고 4까지 4종의 단백질을 놓고 항바이러스 효과를 시험해, 아고 4가 결핍된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 감염에 극단적으로 취약하다는 걸 발견했다.

다시 말해 포유류의 면역세포에서 아고 4 단백질 수위가 떨어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아고 4 단백질의 수위를 높일 수 있으면, 면역체계를 강화해 여러 유형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고 4 단백질의 수위 조절이 새로운 항바이러스 표적인 셈이다.

제프리 박사는 "(아고 4와 연관된) 면역체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면서 "그렇게 되면 특정한 유형의 바이러스를 겨냥해 백신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여러 유형의 바이러스에 모두 작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고 단백질은 포유류 외에도 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에 잘 보존돼 있다.

유전자 침묵 현상을 일으키는 siRNA나 miRNA 같은 저분자 RNA는 아고 4 등 여러 종류의 단백질로 구성된 복합체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