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바람도 'KK'의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32)이 미국 무대 데뷔전에서 특유의 삼진 능력을 증명하며 연착륙 청신호를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쉴트 감독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광현의 다음 경기는 선발 등판이 될 것을 예고했다. 오는 26일부터 선발진 진입을 향한 도전에 임하는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22일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5회 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92.1마일을 찍었다.
김광현이 등판하자 갑자기 로저딘 스타디움에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첫 타자 라이언 코델을 상대로 커브, 슬라이더, 패스트볼을 두루 구사했고 특유의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타자 르네 리베라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다소 밸런스가 흔들렸고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범했으나 잭 해거를 슬라이더로 다시 헛스윙 삼진처리했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FOX 스포츠 중계진은 김광현의 슬라이더와 투구 동작을 두고 "굉장히 깔끔한 팔 스윙에서 위력적인 슬라이더가 나왔다"고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마지막 타자는 메츠 주전 유격수 아메드 로사리오였다. 지난해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트레버 스토리(콜로라도)와 함께 15홈런·15도루 이상을 기록한 세 명의 유격수 중 한 명인 로사리오에 맞서 패스트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초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선점한 김광현은 2구도 패스트볼을 던져 로사리오를 3루 땅볼 처리했다. 이날 총 19개의 공을 던졌는데 리베라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아쉬움을 털어내고 파워피칭으로 메츠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후 쉴트 감독은 인터뷰에서 "역시 슬라이더가 대단했다. 날카롭고 낙폭도 컸다. 정말 멋진 공이다. 100% 만족스러운 투구"라고 극찬하며 "4일 후 선발투수로 나선다. 2이닝을 던질 것이다. 아직 김광현이 선발진에 진입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밝혔다.
쉴트 감독의 말대로 김광현은 오는 26일 마애이미 말린스, 혹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무대 첫 선발 등판에 나선다. 이날 세인트루이스는 스플릿스쿼드(팀을 두 개로 나눠 경기를 치르는 형태)로 두 경기를 치른다.
선발진 진입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 쉴트 감독의 최대 과제는 선발투수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대체자를 찾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384.2이닝을 소화한 마이콜라스는 현재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복귀까지 두 달 가량이 필요한 만큼 마이콜라스의 대체자로 김광현이 첫 손에 꼽히고 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은 플래허티~허드슨~아담 웨인라이트까지 세 명은 확정됐다.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선발진 복귀를 꾀하고 있고 김광현과 오스틴 곰버, 다니엘 폰세 데 리온 등이 선발투수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승산있는 도전이다. 이날처럼 패스트볼과 커브가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 김광현의 트레이드 마크인 슬라이더는 빅리그에서도 위력적인 구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주축 선발투수 5명 모두가 우완이었다. 선발진입이 확정된 플래허티와 허드슨, 웨인라이트, 그리고 마르티네스도 모두 우완이다. 좌완인 김광현에게 유리한 경쟁구도라는 의미다.
김광현은 팀에 처음 합류한 지난 12일부터 동료들에게 'KK'로 불렸다. 서양인 입장에서 '광현'이라는 발음이 쉽지 않은 만큼 이름(Kwang Hyun)과 성(Kim)의 첫 번째 스펠링을 딴 'KK'가 김광현의 별명이 됐다.
이날 시범경기를 중계한 FOX 스포츠 중개진도 김광현이 등판하자 김광현을 'KK'로 소개하며 "KK의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예상은 현실이 됐고 김광현도 가볍게 시작점을 찍었다. 선발진 진입 발판을 만든 김광현은 앞으로 3주 동안 4번 가량 선발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