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비판 공세·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 등 진화 나선 듯
내일 문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앞둔 '선제 대응' 포석 가능
'너무 늦은 입장 표명' 지적도…'저자세 외교' 비판엔 구체적 해명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청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강민석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것은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의 이익을 냉정하게 고려한 것"이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코로나19 확산 원인으로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을 지목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심 원내대표는 "검역과 방역을 소홀히 해 감염병을 창궐시킨 장관이 자화자찬도 모자라 국민 탓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야권은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실패로 규정,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다.

사실 '당국의 특별입국절차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등 청와대가 이날 내놓은 설명은 이전의 정부 설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청와대로서는 야권의 공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을 때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한 방역 노력 및 그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

실체적 진실과 다르게 여론전에서 밀려 국정의 주도권을 내주다시피 한다면 그로 인한 후폭풍을 더 감당하기 어려워질 확률이 높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문제 삼으며 "우한폐렴 사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는 중국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5일부터 이틀 새 80만명이 동의해 이날 100만명의 동의를 넘겼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청와대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 발표로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설명,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동시에 여론을 환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오는 28일 국회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문제가 화두가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 등이 회동에서 이 문제를 이슈로 삼아 물고 늘어진다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초당적 협력이 생산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만큼 보다 분명한 입장으로 소모적 정쟁에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와 관련한 논란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뒷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중국의 일부 성(省)과 시(市)가 코로나19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발 입국자를 상대로 호텔격리나 자가격리 등의 조처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절차를 강화해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고 코로나19 증상 등이 없을 때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입국자를 곧바로 격리하는 중국 일부 지역의 조처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다수의 국민이 '자존심'을 거론하며 정부의 태도를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소위 '왜 중국의 불합리한 조치에 할 말은 하지 못하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발표한 입장에서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강 대변인은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것이 '중국 눈치 보기'라는 일각의 주장은 유감"이라며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 이익을 냉정하게 고려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만 밝혔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