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치료 효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복용 60대 男 숨져

뉴스분석

복용 30분만에 병원행, 부인도 중태
전문가들 "검증될 때까지 주의 필요"

애리조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려고 '클로로퀸 인산염'을 복용한 60대 남성이 사망하고 역시 같은 약을 먹은 부인이 중태에 빠졌다.

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목받는 말라리아 치료제다.

24일 CNN 방송에 따르면 집에 보관 중이던 클로로퀸 인산염을 먹은 이 부부는 복용 30분 만에 병원에 실려 갔다.

피닉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의료기관 배너 헬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도 쓸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수족관에서 보통 수조를 청소하는 데 쓰이는 첨가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자가 치료를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와 함께 결핵성 피부병인 낭창 등에 대한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승인받은 약품이다.

이 약을 먹고 입원 중인 부인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선반에 약품이 있는 것을 보고 'TV에서 얘기하는 게 저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검증되지 않은 클로로퀸에 대한 과대포장 위험성 경고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공개 언급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그는 이날 "클로로퀸과 Z-Pak(항생제 에리스로마이신) 결합은 매우 좋아 보인다"며 이 약으로 완치된 사례를 거론한 뒤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효과가 있다면 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는 임상시험으로 이 약품이 코로나19에 맞는지 검증될 때까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전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는 '입증되지 않은'보고 등을 듣고 그 약이 효과가 있다면 시도해서 사용을 추진해보자고 한 것이라며 "그 약들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나의 일은 과학적 관점에서 그것들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초기 연구는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보이는 뉴욕주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24일부터 시험약 사용을 승인키로 한 바 있다. 뉴욕주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7만정, 지스로맥스 1만정, 클로로퀸 75만정을 각각 확보했다.

"예방 차원" 15알 꿀꺽
베트남 40대 구사일생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베트남의 한 남성이 말라리아 치료제 15알을 삼켰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최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15알을 한 번에 삼켰다. 하지만 곧이어 구토, 저혈압, 눈 풀림 등의 중독 증세가 나타나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는 약응급조치를 시행했으며 다행히 이 남성은 목숨을 건졌다. 이 남성은 언론에서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자신을 포함한 식구들을 위해 말라리아 치료제 100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로퀸은
클로로퀸은 1934년 바이엘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약으로, 성인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여행하기 2주 전 한 알, 1주 전 한 알을 복용하면 예방 가능한 의약품으로 한국에선 에이즈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쓰인다. 류마티스관절염와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역시 같은 계열의 약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