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토트넘)이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를 통해 기초군사훈련 소화를 추진 중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2일 본지를 통해 "손흥민이 오는 20일 제주도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경기 중 오른팔 골절상을 입은 뒤 국내에서 수술, 재활에 집중하다가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중단되면서 지난달 28일 귀국했다.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이 다시 한국으로 향한 것을 두고 '개인적 사유'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손흥민의 가장 큰 목적은 기초군사훈련에 임하는 것이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그는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간 선수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애초 손흥민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여름에 입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EPL 뿐 아니라 유럽 리그가 중단된 데 이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 손(SON)축구아카데미 총감독과 상의를 통해 이 기간 기초군사훈련 소화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차피 리그 재개 시기를 확신할 수 없는 터라 손흥민 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체계적으로 개인 훈련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더구나 손흥민은 오른팔 수술 부위 재활에 주력하고 있다. 수술 부위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소화하는 게 훨씬 더 유익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EPL은 우선 차기 시즌을 예정대로 8월에 개막하기로 했다. 올 시즌 재개 상황에 따라 여름 휴식기가 짧을 수 있어 손흥민으로서는 기초군사훈련 일정을 잡거나 새 시즌 대비 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해병대를 선택한 건 4주간 기초군사훈련에 임해야 하는 육군과 다르게 3주로 짧다. 일정이 오락가락하는 시기에 일주일이라도 시간을 단축하는 게 최선이다. 또 해병대 특유의 강도 높은 일정을 통해 심신을 다지는 계기로도 삼겠다는 의지다.
입소가 확정된 건 아니다. EPL 사무국은 이날 잉글랜드 풋볼리그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리그감독협회 관계자 회의로 향후 일정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시즌 재개 등 세부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EPL은 무관중 형태로라도 5월 재개를 그리고 있는데,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면 손흥민은 토트넘과 일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