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자제 요청하지만 예외 많아…"선언 늦었다" 지적도

백화점 등 휴업 요청·행사 제한 지시…불응시 명단공개 가능성

사유지에 의료시설 설치 가능…"도쿄 유명 병원 의료진 꽤 지쳤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긴급사태를 선언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는 강제력이 부족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고 긴급사태 선언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크게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줄이는 것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 체제를 기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긴급사태 선언의 대상이 된 광역자치단체의 지사는 주민들에게 외출 자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외출 자제는 이미 여러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당부한 사항인데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법에 따른 근거가 생기므로 요청이 더 무게감을 지니게 된다는 점이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외출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따르지 않더라도 벌칙이 없다.

일본 정부와 주요 지자체는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사기 위한 외출은 예외이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산책·조깅도 허용된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 대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확진자의 동선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해 경로 불명의 감염이 확산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긴급사태 선언 후에도 개인 간 접촉으로 감염이 계속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의 기능은 유지하고 도시 봉쇄는 하지 않는다.

긴급사태 선언에 따라 지자체장이 학교, 극장, 백화점, 체육시설 등의 사용 중단, 행사 개최 제한 요청 및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도쿄의 경우 각급 학교에 대해서는 휴교를 요청하며 보육원, 노인복지시설 등의 경우 이용자나 그 가족의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경우 이용을 제한하도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또 체육관, 수영장, 볼링장, 골프 연습장, 극장, 라이브 하우스, 전시장, 박물관, 백화점, 쇼핑몰, 이발소, 나이트클럽, 바, 비디오감상실, PC방, 오락실, 파친코업체 등에 대해서는 휴업이나 휴관을 요청할 계획이다.

반면 병원, 약국, 도매시장, 식료품 판매점, 슈퍼마켓, 편의점, 은행, 증권거래소, 증권회사, 보험회사, 공중목욕탕 등은 원칙적으로 운영을 중단하지 않도록 요청한다.

음식점의 경우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도록 하고 술집의 경우는 아예 휴업을 하도록 유도한다.

모든 시설이 당국의 요청이나 지시를 따른다면 사람들 사이의 접촉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지시 및 요청에도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긴급사태까지 선언해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 등이 당국의 지시를 무작정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당국이 기업 이름 등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은 휴업이나 각종 행사 취소 등에 따른 피해를 일본 정부가 보상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영업을 강행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급사태 선언이 의료 기능을 유지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의약품을 매도하도록 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강제 수용이나 보관 명령이 가능하다.

또 임시 의료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유자의 동의 없이 토지와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일본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한 가운데 호텔 등 민간 시설에 경증 환자를 수용하고 의료기관은 중증 감염자를 치료하는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병상 외에도 의료진 확보도 중요하다.

전문 인력의 공급이 제한돼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의사회장은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쿄의 여러 유명 병원에서 "의사도 간호사도 꽤 지쳐 있다"며 "꽤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긴급사태 선언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사태 선포 지역 중 하나인 도쿄의 경우 지난달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443명이었는데 6일 1천116명을 기록하는 등 1주일 만에 확진자가 2.5배로 증가하는 등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상황이다.

시부야 겐지(澁谷健司)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공중위생연구소장은 이달 4일 민영 방송사 뉴스 네트워크인 N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감염 폭발의 초기 단계에 들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난주에 (긴급사태를) 발령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코쿠라 요시타케(橫倉義武) 일본의사회 회장은 "정말 속도감 있게 대응해달라고 줄곧 부탁했다. 겨우 이뤄졌다"며 긴급사태 선언이 너무 늦었다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